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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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랫동안 눈길을 주지 않던 책꽂이에서 문득 눈에 띤 책이 있어 펼쳐 들어본다. 바로 6년 전(2009년 5월) 세상을 떠나신 고 장영희 교수의 책 『내 생애 단 한 번』이란 에세이집이다. 물론, 이 책은 그 이전인 2000년에 나온 책이다. 이 책 곁에 함께 꽂혀 있던 고 장영희 교수의 유고 에세이집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내지에 적어놓은 날짜를 보니, 유고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먼저 구입하고, 한 달 후에 이 책, 『내 생애 단 한 번』을 산 것으로 적혀 있다. 아마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사 읽어 본 후에 그 여운이 컸기에 저자의 또 다른 그전의 책들을 사 모았나 보다.

 

그렇게 사 모은 책들을 읽고 모셔둔 건지, 아님 읽지도 않고 그냥 모셔둔 건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책장을 펼쳐 읽어 가는 가운데 대체로 생소함에 아~ 이 책 안 읽었구나 싶다가도, 몇몇 글들은 확실히 생각나기에 읽긴 읽었나보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대체로 전혀 새롭기에 처음부터 찬찬히 처음 읽는 느낌으로 읽어본다.

 

책장을 덮으며, 와~ 좋다 란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정말 수필이 무엇인지 모범 답안을 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아마도 6년 전에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바로 이런 좋은 느낌에 저자의 다른 책들을 사 모아놨나 보다.

 

저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난 소소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출발로 하여 어느 주제에 대해 더 발전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런 과정에서 저자의 사색과 사상 뿐 아니라, 저자가 읽고 감명 받았던 많은 문학 작품들의 내용들이 적절하게 섞여 독자에게 전해준다. 분명 에세이집이기에 자유롭게 이야기가 전개됨에도 왠지 이분의 살아생전 삶이 장애로 인해 치열함 뿐 아니라, 왠지 이분의 삶이 흔히 말하는 에프엠 이었겠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정작 저자 본인은 자신의 글에 대해 겸손함을 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좋은 글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셨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품어 본다. 비록 저자는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분이 남겨 놓은 글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오늘도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요즘 나오는 신간들에도 눈이 갈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이분의 또 다른 책들을 책꽂이에서 해방시켜 하나하나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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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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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여기에 올라온 책은 8권 뿐이네요. 역시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을 뽑았습니다. 이 책, 은 죽음이라는 슬픔, 그 먹먹함 가운데서 화해와 우정이라는 정말 반짝이는 것을 끄집어 냈던 멋진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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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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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읽은 책들 가운데 선택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책을 읽지 않았네요. 소설,에세이 분야 중에 7권을 읽었는데, 모두 좋은 책들이었지만, 이 책 아이작 아시모프의 은 유쾌함 가운데 반전과 해학이 담겨져 있고, 세상을 향한 풍자와 함께 귀여운 악마라는 편견의 파괴가 있기에 좋았습니다.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많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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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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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압제와 억압 아래 신음하던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우리의 역사 가운데서 사라져버렸다면 어떨까? 실제 이런 일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일어났다면 왜, 무슨 이유로 이들의 흔적을 우린 잃어버린 것일까?

 

아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치부해 버릴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이런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인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런 위험한 소리들 때문에라도 역사의 창구는 반드시 단 하나여야 한다고 항변하는 자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항일을 하였던 이들의 그 헌신과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도 사실이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대체로 꿈과 이상을 좇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리에겐 공산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짙게 배어 있어서 이기도 할 것이고 말이다(공산주의라는 이상이나 이념과 김일성 일가가 만들어간 현실적 모습은 엄격히 다름에도 말이다.).

 

여기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란 책에서는 이렇게 항일 운동에 젊음을 바쳤음에도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인해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하였던 독립운동가들이지만, 단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서 감춰져버린 이들. 그렇다면 이들은 북녘 땅에서는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여기 소개하는 19명 대부분이 북녘 땅에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숙청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김일성 자신의 권좌에 위협이 될 만큼 정치적으로 자신을 앞선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며, 이들이 꿈꾸는 공산주의 이념은 김일성만의 권좌와 욕망,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는 데는 방해가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의 지대한 업적들이 있음에도 남북 양쪽의 정치적 상관관계에 의해, 한반도 어디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참 안타까운 마음을 품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들 19인에 대해 무작정 찬양하지만은 않는다. 각 인물들에게 있어, 단점이나 그들의 한계, 그리고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 그 부분도 솔직하게 언급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의 이들의 공은 비교할 수 없이 크기에 이 부분에 있어 정당한 평가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들 모두는 정치적 실패자들이다. 그랬기에 그들의 꿈과 이상은 실패하였다. 만약 이들의 꿈과 이상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저 북녘 땅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아닐까? 물론, 역사에서 만약은 의미 없는 접근이지만 말이다.

 

사실, 읽다보면 19명의 성품이나 특성, 그리고 그들의 항일 투쟁의 삶의 자리나 업적 등이 분명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나 말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다음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책을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19명의 생, 그리고 그들의 공과(功過)가 있는 그대로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잃어버린 현대사의 한 단면을 되찾게 해주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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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격 시작시인선 192
윤중목 지음 / 천년의시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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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등단한 시인이 그 첫 시집을 26년 만에 출간했다. 시인이 시인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걸까? 시인의 프로필을 보니, 아마도 시인은 관심분야도 많고, 또한 아는 것도,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도 많은 듯하다. 그랬기에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또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시집이 나왔으니, 시인도 무척 감개무량했을 것 같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잉태하여 드디어 출산한 그 시들은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시인의 시를 접하게 된다. 첫 번째 시부터 시인의 시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첫 번째 시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밥격>이다.). 윤중목 시인의 시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뿐 아니라 시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시인만이 알 수 있는 시를 읊조리는 것도 아니다(솔직히 이런 시집을 제법 많이 접하며 얼마나 피곤하였던지, 휴~). 무엇보다 윤중목 시인의 시에는 삶이 있다. 그렇기에 생활자인 독자는 시인의 시에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힘겨워 할 수 있다. 때론 시인이 고백하는 삶의 무게가 나의 것이 되기도 하며, 삶을 헤쳐 나가는 시인의 고뇌와 고민이 나의 것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다.

 

많은 시들이 좋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만 적어본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견뎠다.//세월이 제 몸 삭혀 길러낸 비바람 쏘이며/

껍질에는 두툴두툴 검붉은 딱지가 앉았고,/속심 고갱이는 옹골지게 꼭꼭 여물어갔다./

세월이 올려댄 잔가지며 잎새들 떨림 소리는/밤사이 끈적끈적한 수액으로 흘러내렸다.//

사각사각 세월에 긁힌 묵형의 흔적,/나이테 그 아스라한 동그라미 안으로/

나무는 꽁꽁 세월을 묶어 가뒀고,/갇힌 세월은 끝내 굵은 옹이로 박혔다.//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견뎠다,/오직 한자리에 붙박인 뿌리로/

나무는 그렇게 세월을 디뎌 견뎠다.

< 나무 > 전문

 

왠지 우릴 길러내신 우리네 아버지의 비애가 느껴지며, 오늘 그 길을 답습하여 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하는 시다. 아울러 나무처럼 한자리에 붙박여서 묵묵히 세월을 이겨내야겠구나 하는 다짐도 해본다.

 

왜 이제야 시집을 출간하였는지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도 많은 시로 찾아와 줄 것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시인이 외치듯이 이제는 그동안 시인을 갉아먹은 세월을 향해 반격하며 세월을 발라 먹게 되길 말이다. 아울러 우릴 갉아먹는 세월을 향한 우리의 반격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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