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 - 2018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5
엘리샤 쿠퍼 지음, 엄혜숙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문득 사무실 창밖을 내다봤는데, 주차장 빈 곳에서 고양이 네 마리가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주 커다란 노란색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 그보단 조금 작지만 커다란 검은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조그마한 검은색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였습니다. 커다란 노란얼룩무늬 고양이는 마치 점잖은 노신사처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때론 가만히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유유자적한 모습이었습니다. 커다란 검은 고양이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배가 볼록하고 쳐진 게 아마도 새끼를 밴 모양입니다. 곧 새끼가 태어날 것 같은 모양입니다.

 

조그마한 새끼 고양이는 누군가와 장난을 치고 싶을 텐데, 이미 상대는 정해져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고양이는 다른 커다란 검은 고양이에게 장난을 겁니다. 달려들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배를 하늘로 한 채 뒹굴기도 합니다. 마치 한 가족처럼 함께 어울리며 노는 모습이 참 예뻤답니다. 하지만, 이런 예쁜 풍경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길을 가던 어느 아주머니가 고양이들이 예뻐 보였던지 사진을 찍으려 휴대전화를 들이대는 순간 순식간에 달아나버렸거든요.

 

엘리샤 쿠퍼의 그림책 큰 고양이, 작은 고양이를 보며, 며칠 전 그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이 그림책은 2018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입니다. 그림책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그림도 단순합니다.

 

커다란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홀로 놀던 그에게 친구가 생겼습니다. 조그마한 검은 고양이입니다. 큰 고양이는 작은 고양이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줍니다. 그리곤 함께 합니다. 작은 고양이가 자라 둘 다 큰 고양이가 되도록, 그 뒤에도 한참을 둘은 함께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커다란 흰 고양이가 죽게 됩니다.

 

 

이제 커다란 검은 고양이 홀로 남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고양이가 옵니다. 자그마한 하얀 고양이가 말입니다. 커다란 고양이는 자기가 커다란 흰 고양이에게 많은 것을 배웠던 것처럼 작은 고양이에게 가르쳐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됩니다.

   

 

 

단순한 이야기인데, 묘한 감동이 있고, 먹먹함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삶 뿐 아니라, 우리의 삶 역시 이와 같습니다. 우린 부모나 선생님,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하고 그들과 함께 좋은 시간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 함께 함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먼저 온 자는 떠나게 마련입니다(물론, 이 떠남이 태어난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이런 죽음의 이별로 관계가 단절되어 버리지만, 또 다른 관계, 새로운 관계가 있습니다. 다음 세대와의 만남, 그들과의 함께 함이 말입니다. 물론,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슬픔은 견디기 어렵지만, 또 다른 만남과 관계가 있기에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림책은 자연스레 죽음에 대해, 이별에 대해, 그리고 생명의 이어짐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깊은 의미와 울림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림책 그림의 선이 단순한 것 역시 이런 울림에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한 선을 통해, 메시지를 더 두드러지게 느끼게 해주니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