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사계절 동시집 14
정연철 지음, 김고은 그림 / 사계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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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는 문학의 어떤 장르보다 순수하고 맑습니다. 그렇기에 동시를 읽으면 탁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성인 독자들도 동시를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겨집니다.

 

정연철 시인의 동시집 알아서 해가 떴습니다역시 그렇습니다. 동시집을 통해 만나는 동시들이 하나같이 재미나고 유쾌합니다. 때론 따스합니다. 때론 먹먹한 감동도 있습니다. 때론 우리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요구와 외침을 들을 수도 있고,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어 때론 공감하기도 하고 때론 반성하게도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동심, 그 순수함을 공급받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인의 동시들 가운데는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시들이 제법 눈에 띱니다. 동시집 제목인 <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역시 그렇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아침에 동녘에서 떠오르는 해를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아니네요. 여기 알아서 해는 엄마가 말하는 알아서 해입니다. 그런데, 그 알아서 해는 같은 말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해가 떴습니다 / 엄마 입에서 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 엄마가 친구들과 약속 있어 /

급히 나가는 날 / 알아서 해는 /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해//

엄마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날 / 알아서 해는 / 세상에서 제일 알쏭달쏭한 해 //

학교에서 말썽 부린 날 / 학원에서 시험 망친 날 / 알아서 해는 /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해 /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해

<알아서 해> 전문

  

  

<형편없는 세상> 역시 이런 언어유희가 돋보입니다. 뭐든 잘하는 형을 둔 동생에게 세상은 형 편입니다. 내 편은 없습니다. 그런 세상을 향해 동심은 외칩니다. “정말 형편없는 세상이야 / , 형 편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라고 말입니다. 언제나 형 편 뿐인 세상은 동생에겐 형편없는 세상입니다. 진짜 좋은 세상은 그런 형편없는 세상이 아닌 형 편 없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띄어쓰기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확 달라진다는 게 흥미로운 뿐더러 그 안에 담긴 동생의 마음이 느껴져 짠합니다. 언제나 비교되어지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말입니다. 뭐든 잘하는 모습이 아니라도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아이들, 그런 세상이 진짜 좋은 세상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건 아이들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라서 입니다. 뭘 잘하지 못해도 언제나 난 우리 아이 편이길 원합니다.

 

일상생활 속에 누구나 만나게 되는 일들, 누구나 보는 풍경이 시인의 눈을 통하며 바뀌게 됨이 역시 시인의 눈은 다르구나 싶습니다. 시인 덕에 맑고 예쁜 정서 한아름 가득 담아 일상을 살아갈 수 있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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