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단편추리소설집 비정근2003년 작품으로 살림출판사에서 2013년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다.

 

비정근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야기의 주인공 는 비정규직이다. 바로 기간제 교사다. 미스터리 작가를 꿈꾸는 기간제 교사인 는 나름 전문인(?)이다. 전문 땜빵 교사이기 때문. 출산이나 입원, 사고 등으로 교사가 결원되는 학교에는 어김없이 가 투입된다. 기간제 교사이지만, 나름 커리어가 있는 ’. 교사를 하는 건, 미스터리 작가가 되기 위해, 생활비를 벌기 위한 수단. 그렇기에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정교사들보다 더 교사답게 느껴지는 독특한 캐릭터다.

 

이런 기간제 교사 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진다. 중년 여교사가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되기도 하고, 학생들의 지갑을 도둑맞기도 한다. 교실에서 투신한 교사의 후임 임시직으로 가기도 하고, 학생이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는 걸 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는 가는 곳마다 사건을 만나게 되니 천생 추리소설 작가가 운명인 걸까? 아님, 탐정이 운명일까? 아무튼 이렇게 6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잉 메시지 사건을 만나기도 하고, 자살처럼 보이는 사건을 만나기도 한다. 협박편지사건을 만나기도 하고, 독극물 사건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음이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한 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이런 사건이 실제 벌어질리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래서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그런 사건들. 그런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의 모습이 흥미롭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미스터리 작가가 되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의 생활을 위한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말하는 이지만, 실상 그의 모습은 어쩐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들의 고민을 끌어 앉는 진정한 스승처럼 여겨지기에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진다.

 

6개의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다. 그건 각 사건의 진실에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럼에도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문다. 학생들은 연대하여 침묵한다. ? 소설을 읽으며, 이런 침묵에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들의 침묵에 이유가 있다. 그들의 침묵은 단순히 사건을 은폐하려는 목적만이 아니다. 그들에겐 진실을 밝히고, 자신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진정한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어른들은 신뢰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침묵하며 진실을 감출 수밖에 없다.

 

주인공 는 비정근 교사,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정교사들의 무시와 냉대의 시선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럼 그런 정교사들이 학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을까 두려워한다. 애써 모른 척,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 척 최면을 걸뿐이다. 이런 어른아닌 어른들로만 가득하기에 학생들은 침묵한다. 이런 어른들은 학생들의 고민과 민낯을 들여다볼 자격이 없다.

 

우습게도 정교사들이 무시하는 기간제 교사, ‘만이 학생들이 침묵하는 그 진실에 다가간다. 여전히 자신은 교사로서의 사명쯤 눈곱만큼도 없다 떠벌리는 인데도 말이다.

 

짧은 연작 단편추리소설은 본격추리소설이라 부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어쩐지 그 안에 감춰진 사회파 미스터리의 냄새가 스멀스멀 풍기는 이유는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튼 재미나게 읽었다. 소설 뒷부분엔 탐정을 꿈꾸는 소년 고바야시 이야기 2편이 함께 실려 있다. 탐정이 되길 꿈꾸는 소년이 해결하는 이야기와 헛다리짚고 입맛을 다시는 이야기 하나. 이 두 편의 단편 역시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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