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세탁해 드립니다 스콜라 어린이문고 29
원명희 지음, 서영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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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무엇이든 세탁할 수 있는 세탁소가 있다면 무엇을 세탁하고 싶을까요? 과거의 부끄러운 실수나 아무도 알지 못할 나만의 흠을 세탁하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바꾸고 싶은 과거의 선택을 세탁하여 새로운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런데, 정말 이런 세탁소가 있을까요? 있답니다. 동화 속에 말입니다.

 

원명희 작가의 무엇이든 세탁해 드립니다에는 바로 이런 세탁소가 등장합니다. 이곳은 동화 속에서도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 비밀 속에 감춰진 곳이지만, 그곳을 다녀왔다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그 아이들은 그곳에서 나오며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되죠. 뭔가 지우고 싶은 것들을 깨끗하게 세탁했으니 말입니다.

 

주인공 하늘이는 조그마한 체구에 유약한 성격의 아이입니다. 왕따를 피해 전학을 왔지만, 새로운 학교에서의 첫날부터 꼬이기만 하고, 또다시 왕따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이런 하늘이의 모습이 내내 먹먹함과 아쉬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늘이를 괴롭히는 주동자는 진구라는 아이입니다. 진구는 집에서 아빠에게 가정폭력에 시달리곤 합니다. 그런 진구는 하늘이가 전학 오던 첫날 하늘이 엄마가 운전하던 자가용에 의해 흙탕물을 뒤집어쓰기도 하죠. 하늘이 엄마는 미안해하긴 커녕 도리어 화를 내고 말입니다. 그러니 어쩜 진구가 하늘이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집니다.

  

  

왕따는 당연히 사라져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조건도 왕따의 조건이 되어선 안 됩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동화 속에서 하늘이가 왕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물론, 어떤 이유도 왕따의 조건이 되어선 안 되지만 말입니다.). 하늘이 본인의 유약함이 아쉽습니다. 물론, 너무 강해도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죠. 왕따엔 아무런 이유도 필요치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왕따가 더 못된 거겠죠. 그럼에도 하늘의 유약함이 못내 아쉽습니다.

 

하늘이 엄마의 과보호 역시 아쉽습니다. 하늘이 엄마는 아들을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모습이 아들을 마마보이로 낙인찍어 버립니다. 엄마의 과보호가 도리어 아이들의 시샘과 함께 놀림을 부르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어느 선이 적당한지는 언제나 부모 된 입장으로 고민이 됩니다.

 

진구가 겪는 가정폭력 역시 가슴 아프게 합니다. 물론, 자신이 당하는 폭력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폭력을 휘두르게 하는 원인이 되어서도, 정당화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진구가 겪는 가정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음도 발견하게 됩니다.

  

  

왕따 하늘에게도 친구가 다가옵니다. 새롭게 전학 온 형태라는 아이입니다. 형태는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해 목발 없인 걷지 못합니다. 그런 형태는 언제나 밝고 당당합니다. 무엇보다 왕따를 당하는 하늘에게 친구가 되려 합니다. 하지만, 진구는 야비하게도 형태를 괴롭히면 하늘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에 고민하던 하늘이는 결국 형태를 괴롭히죠. 이 이로 하늘이는 후회합니다.

 

이런 하늘이가 무엇이든 세탁해주는 세탁소를 발견한다면 무엇을 세탁할까요?

 

... 마음을 세탁해 주세요.”

마음이라?”

. 사실... 냄새가 나는 건 제 비겁한 마음 때문일 거예요. 형순이(형태의 목발)를 버린 것도, 형태를 그렇게 만든 것도 저예요. 다 제가 그랬어요.”

제 속에 있는 나쁜 마음이 점점 더 자라나고 있어요.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리고 싶어요. 그러면 두려움도 답답함도 사라질 것 같아요. 저기 문 앞에도 붙여 놓았잖아요. 무엇이든 세탁해 준다고. 아저씨, 제발!”(174-5)

 

하늘이 뿐일까요? 우리 역시 이런 세탁소에 정기적으로 세탁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비겁한 선택을. 우리의 부끄럽고 나쁜 마음을. 우리의 잘못된 행동을. 세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니, 세탁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마음과 세탁하려 하는 의지가 우리에게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에겐 무엇이든 세탁해주는 세탁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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