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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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2015년 작품인 라플라스의 마녀가 그동안 궁금했다(현대문학에서 2016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무엇보다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했다. 소설 속 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먼저, 여기에 대해 적어본다.

 

라플라스는 프랑스 수학자(1749-1827)인데, 그로 인해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가 바로 라플라스의 도깨비(우리나라에선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른다고 한다.)’라는 존재다. 이는 라플라스의 에세이에서 언급한 내용에서 시작된다. 라플라스는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존재가 라플라스의 도깨비(악마)’.

 

소설 속에 이런 존재가 등장한다. 다소 판타지적 요소가 느껴지기도 하는 존재. 작게는 언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언제 멈추는지부터 시작하여 공기의 흐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존재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라플라스의 악마’, 그리고 라플라스의 마녀.

 

소설은 어느 노년의 영화제작자가 젊은 아내와 함께 찾은 온천에서 황화수소 가스 중독으로 죽으며 시작된다. 그 뒤, 다른 온천에서도 또 다른 사람이 벤치에서 황화수소 가스 중독으로 사망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이 사건을 쫓는 자들이 세 사람 등장한다.

 

첫 사건의 관할 경찰서 형사인 나카오카 형사, 온천 측에서 구한 과학적 조언을 위해 사건의 현장을 찾은 아오에 교수, 프롤로그에서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은 소녀 마도카. 이들 세 사람이 사건을 쫓는다. 물론, 마도카는 조금 다른 의미지만 말이다. 마도카는 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고 있는 측이고, 두 사람 나카오카 형사와 아오에 교수가 소설 속 탐정 역할로 사건을 추적하는 캐릭터다. 이 가운데 아오에 교수가 더 비중 있는 탐정 역할을 맡는다.

 

소설을 읽으며, 범인이 누구인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첫 사건을 통해, 범인은 오롯이 독자에게 오픈되기에,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을 통해, 그 배후에 있는 진짜 범인마저 드러난다. 그러니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궁금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애당초 없다. 단지 왜 그런 일을 벌여야만 했는지를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소설 속 탐정 역할인 아오에 교수와 나카오카 형사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추적해야만 하며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독자는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기에 왜 그런 일을 벌여야만 했는지에 궁금함을 품게 되고, 두 사람의 탐정놀이를 통해 조금씩 궁금함은 채워진다. 공기의 흐름까지 모든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존재, ‘라플라스의 악마를 통해, 판타지적인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철저하게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판타지와 과학,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전 기린의 날개를 읽었었는데, 우연인지 아님 요즘 작가의 관심이 그런지, 가족에 대한 메시지가 두 소설 모두 담겨 있다. 가족에 대한 무관심이 말이다. 라플라스의 마녀에선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번 사건에서 가족을 잃은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가족들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런 사태를 불러들인 장본인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191)

 

물론, 이런 고백은 소설 속에서 반전이 되지만, 그럼에도 이런 메시지가 가슴을 건드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계속 읽게 하는 또 하나의 작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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