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키스 푸른도서관 80
유순희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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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희 작가의 신작 청소년 성장소설인 세 번의 키스는 연예인 사생 팬이 되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주인공 소라는 친구 현아를 따라 공개방송에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이돌 그룹 블랙의 시준을 본 순간 어디에서 본 느낌을 갖게 됩니다. 분명 아는 얼굴인데, 어디에서 본 걸까? 궁리하던 소라는 자신이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살 때, 교회에서 만났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아이. 정말 그 아이가 맞는 걸까요?

 

이렇게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소라는 시준이 자신의 첫사랑이 맞는지를 알기 위해 블랙의 사생 팬이 됩니다. 소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돌을 사랑하고 따라다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라와 현아, 그리고 마녀라 불리는 또 다른 소라. 이 셋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감싸주는 성장소설입니다.

 

사생 팬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겐 모두 상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기약 없는 기다림,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 가정의 위기 등으로 인한 공허함이야말로 아이들이 사생 팬이 되어 아이돌에 매달리고 사랑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소설 속 소라는 성장이 멈춰버렸습니다. 17살 여고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작은 키. 무엇이 소라의 성장을 멈추게 했을까요? 그 이유를 소설은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아마도 소라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아닐까 싶어요. 해직 교사인 아빠는 멀리 브라질에 돈을 벌기 위해 갔습니다. 처음엔 가족이 함께 갔지만, 아빠만 남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내년이면 가족이 함께 할 거라 아빠는 늘 말합니다. 하지만, ‘내년은 언제 올지 모르는 내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가족이 함께할 기약이란 없고, 공허한 희망만이 소라를 감쌉니다.

 

맏딸이란 무게도 있습니다. 몸이 아픈 엄마, 셋이나 되는 동생들, 가족들은 맏딸인 소라에게 의지합니다. 소라도 누군가에게 아니 엄마에게 기대고 싶습니다. 하지만, 엄마마저 언제나 소라에게 의지하며, ‘너 믿어.’란 말을 하곤 합니다. 이런 삶의 무게가 소라의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은 아닐까요?

 

다른 아이들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기댈 곳이 없는 공허함은 점차 아이돌을 향한 맹목적인 팬 심으로 바뀌게 되고, 사생 팬이 되어갑니다. 아이들의 공허함을 채워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소설의 제목이 세 번의 키스입니다.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소설 속에서 또 다른 소라인 마녀가 소라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팬지는 원래 흰색이었는데, 큐피드가 세 번의 키스를 한 결과, 세 개의 빛깔이 더해져서 특별한 꽃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주인공 소라는 이런 세 번의 키스를 갈망합니다. 아이돌 시준을 통해 말이죠. 그러다 결국 소라는 그 키스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그랬지, 원래 팬지꽃은 흰색이었다고. 큐피드가 세 번의 키스를 해서 세 개의 빛깔을 한데 가진 특별하고도 신비로운 꽃이 되었다고. 예전에 나는 누군가 세 번의 키스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랐어. 그런데 세 번의 키스는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해 주어야 하는 거더라.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세 번의 키스를 해 주는 거야. 특별해지라고, 아름다워지라고, 신비로워지라고... (172)

 

우리에게 요구되어지는 세 번의 키스는 내 삶과는 다른 세상에 있는 아이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내 삶을 변화시킬 진정한 세 번의 키스는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소설이 꿈꾸는 성장은 자존감을 요구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격려하길 속삭입니다. 너는 특별한 존재라고, 너는 충분히 아름다워질 자격이 있다고, 네 삶은 신비한 축복으로 가득하게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이 땅의 푸른 세대들, 다음 세대들이 이러한 세 번의 키스를 통해, 특별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래를 열어가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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