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이렌의 참회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두 번째로 만났다. 지난번엔 법의학 시리즈인 『히포크라테스 우울』을 재미나게 읽었기에 이번 책 역시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쳤다. 결론은 이번 책이 더 좋다(물론 이는 극히 주관적 판단이겠다.).
2010년에 첫 작품 『안녕, 드뷔시』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을 걷게 된 나카야마 시치리는 지난 7년간 32편의 책을 썼다고 한다. 와~ 정말 왕성한 창작활동에 놀라게 된다. 이번 책 『세이렌의 참회』의 경우 책의 전체 작품상을 생각하고 만든 시간이 딱 이틀이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소설의 주인공 다카미는 tv 방송국 보도국 사회부 기자다. 일본 내에서 제법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기자인 다카미. 하지만, 프로그램이 행한 3차례의 오보와 문제성 있는 보도로 인해, 특종을 터뜨려 실수를 만회하고 프로그램을 다시 살려내야만 하는 시점에 있다. 그런 그들 앞에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평범한 가정의 고등학생 딸이 유괴된 것. 이로 인해 보도협정에 의해 기자들은 이 사건을 아직 기사화 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다카미는 그녀의 사수인 선배 사토야와 함께 사건을 좇게 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사건의 현장을 좇기보다는 수사관인 겐지를 좇는다. 수사관 에이스인 겐지가 가는 곳을 좇으면, 사건의 진실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드디어 둘은 유괴되었던 소녀가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사건의 범인들에 대해서도 꼬리를 잡게 된다.
결국 어느 정도 확실한 증거를 잡은 그들은 살인범들에 대한 기사를 방송에 내보내기에 이른다. 어느 기자들도 접근하지 못한 범인들에 대해 방송함으로 완전 특종을 터뜨린 두 기자. 그들은 자신들 팀이 행한 이전의 실수들을 만회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정말 만회한 걸까?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특히, 언론의 민낯을 소설은 드러낸다. 특종을 좇아가며, 시청자의 알권리를 주장하며서 그들이 휘두르는 또 하나의 폭력. 권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발한다 하면서 스스로 권력이 되어가는 언론. 자신들의 실수, 오보에 대해선 철저하게 침묵하는 언론의 입. 그 안에서 함께 굴러가던 한 기자의 고민과 고백이 바로 ‘세이렌의 참회’다.
또 한편으로 소설은 여러 사회적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학교폭력, 학교폭력 앞에 대응하는 학생들과 학교의 모습,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말이다. 또한 살인의 동기가 알고 보면 극히 사소한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음을, 작은 일로 인한 감정의 손상이 살인에 이르기도 함을 말하기도 한다. 살인의 원인은 바로 이 작은 감정 손상에 있다. 손상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분노조절 장애에 말이다.
그러나 소설이 말하는 살인의 진짜 원인은 가정의 붕괴다. 어느 곳에서도 진정한 위로를 얻지 못하고, 기댈 곳이 없다 할지라도 가정만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 기댈 곳이 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가정의 모습. 매일매일 가슴 속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손을 내밀어 보지만, 정작 부모들은 자신들 삶의 무게에 지쳐 자녀의 고민을 보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한다. 이런 깨어진 가정의 모습이 끔찍한 범죄 이면에 도사리고 있음을 작가는 말한다.
소설을 읽으며, 아무리 사회파 미스터리이지만, 이렇게 흘러도 싶을까 할 정도로 사건에 대한 추리나 전개가 소원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필요 없는 노파심에 불과하다. 소설은 언론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문제에 주력하면서도 미스터리 내지 추리소설로서의 본분(?)을 끝까지 잊지 않는다. 『세이렌의 참회』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모두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