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모자 철학하는 아이 9
앤드루 조이너 지음,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 이마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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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e Too’ 캠페인이 뜨겁습니다. ‘나도 피해자’,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고발, 나도 당했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문학계의 존경받던 노 시인이 상습적으로 후배 문인들을 성희롱했다는 증언에 그를 사랑하던 독자들을 충격과 큰 상실감에 빠뜨리고 배신감에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피해는 여성이 남성에게 입는 것만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그리고 여성이 여성에게 입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만큼 여전히 여성의 인권이 남성에 비해 열악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여기 예쁜 그림책이 있습니다. 분홍 모자라는 제목의 그림책입니다. 처음엔 분홍 모자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할머니가 분홍털실로 모자를 짜기 시작하면서 분홍모자가 생겨났습니다. 할머니는 이 분홍 모자를 유용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자가 고양이의 장난에 의해 창밖으로 떨어지게 되고, 나무위에 걸렸던 분홍모자는 우여곡절 끝에 한 아기에게로. 그 다음엔 강아지를 통해 어느 소녀에게로 가게 됩니다.

  

  

더럽혀진 분홍 모자를 깨끗하게 세탁한 소녀는 이 분홍 모자를 사랑하며 잘 사용합니다. 강아지에게 인형극처럼 들려주기도 하고, 공을 잡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풀밭에 누울 땐 베개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샌드백을 두드릴 땐 글러브가 되기도 합니다. 때론 가방이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소녀의 소중한 친구처럼 된 분홍 모자를 쓰고, 아이는 바깥에 외출을 합니다. 바로 121일에 말입니다. 그리곤 그곳에 아이처럼 분홍 모자를 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거리행진을 함께 하게 됩니다. 자신이 직접 쓴 문구를 들고 말입니다. 이렇게 그림책은 끝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이 예쁜 그림책, 분홍모자2017121일에 세계 곳곳에서 행했던 세계 여성 공동행진캠페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21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바로 다음날입니다. 이 날 세계 곳곳의 여성들 500만 명가량이 여성 인권을 위해서, 그리고 인종차별에 저항하기 위해서 분홍 모자를 쓰고 행진을 벌였습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바로 다음날 말입니다.

 

분홍색은 여성을 비하하는 색깔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분홍색을 통해, 여성을 비하하는 세상을 향해 여성 인권을 위해 행진을 벌이고 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함이 멋지네요. 분홍색은 한편으로는 여성의 건강과 여성의 권리를 상징하는 색이라고 합니다. 유방암 캠페인을 벌일 때도 이 색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림책을 보면, 처음엔 분홍모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한 땀 한 땀 짜기 시작하며 분홍모자가 생기죠. 그리고 이 분홍모자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한 소녀에게로 가게 되고요. 바로 여기에 이 운동의 정신, 아니 어쩌면 모든 긍정적 운동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없죠. 처음엔 여성의 인권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거기에 대해 말할 줄도 몰랐고, 말할 수도 없던 시절이 말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나고, 한 땀 한 땀 여성인권신장을 위한 움직임이 힘겹게 모이면서 종국에는 커다란 물결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지게 되죠. 바로 그림책 속에 분홍 모자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이어지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름지기 운동이란 것은 이와 같습니다. 처음엔 미약하죠. 하지만, 깨어있는 정신과 활동이 나에게서 내 곁으로, 그리고 또 그 곁으로 옮겨가며 전염시킵니다. 결국엔 그 정신이 모두 함께 모여 큰 물결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게 되죠. 전혀 상관없던 사람들이 함께 그 마음을 모아 행동하게 되고요. 그래서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마지막 장면에서는 하나같이 분홍 모자를 쓰고 여성인권의 중요성을 외치고,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을 하는 물결 그 군중 속에 모두 녹아들어 있답니다. 마치, 지금 ‘Me Too’ 의 고발이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지며, 커다란 물결을 이루며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켜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짜 운동은 이렇게 처음에 없었지만, 한 작은 움직임이 결국 꼬리를 잇게 됨으로 커다란 물결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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