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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매스커레이드 호텔 ㅣ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평점 :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2011년 작품으로 2012년 우리말로 번역되어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책이다. 이 작품은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등단 25주년에 발표된 작품이라 한다. 누군가는 읽는 것보다 쓰는 속도가 빠르다고 할 정도로 다작활동으로 독자들을 기쁘게 해주는 저자가 자신의 등단 25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니 더욱 기대하며 소설을 펼쳐들었다.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나오미라는 호텔리어와 닛타 경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히, 이 닛타 경위는 작가의 또 하나의 멋진 캐릭터의 등장이라 평을 받으며 독자들의 환영을 받게 된 캐릭터다. 앞으로도 이 닛타 경위의 시리즈가 더욱 많이 발표되면 좋겠다(현재 『매스커레이드 이브』란 책이 나와 있다.).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3개의 살인사건이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사건과 피해자, 그리고 주변 인물들 간에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도 없는 세 건의 살인 사건.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연쇄살인사건이라 결론 내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 건의 살인 사건 현장에는 모두 숫자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의미를 알 순 없지만, 누가 보더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서로 다른 숫자들이 적힌 쪽지. 과연 살인범은 누구일까? 그리고 이 숫자들은 어떤 의미를 가진 걸까?
바로 이 숫자의 의미를 푼 사람이 닛타 경위다. 그로 인해 연쇄살인범(?)의 4번째 살인사건이 일류 호텔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알게 된다. 이에 호텔에 협조를 구하여 형사들이 호텔 직원으로 위장하여 잠복에 들어감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이런 이유로 인정받는 호텔리어 나오미는 닛타 경위를 호텔리어로 가르쳐 가며 함께 호텔 프론티어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남을 의심하기부터 하는 형사가 과연 서비스업의 꽃이라 불릴 호텔 프론티어에 적응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나오미와 닛타 간의 캐미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렇게 잠복한 이들은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아니, 정말 호텔에서 4번째 사건이 벌어지는 걸까?
작가가 여느 작품보다 더 혼신의 힘을 쏟아 써나갔다는 작품이란 말이 보장하듯 소설은 재미나다. 소설에 흠뻑 몰입하여 한 호흡에 읽어나갈 만큼 재미나다. 범인에 대한 단서가 마지막까지 감춰져 있음도, 그리고 잠복한 형사들 역시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며, 언제 벌어질 사건인지도 모르고, 오직 일류호텔에서 벌어질 사건이라는 단서만으로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설정 역시 소설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손님을 의심하기보다는 손님의 가면을 모른 척 인정하며, 손님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호텔리어의 자리와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바라보며, 가면 뒤에 도사린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형사라는 자리. 이 둘 간의 상충됨이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닛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걸까? 언제나 의심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닛타 경위가 점차 호텔리어로서 변해가는 모습도 재미나다(물론, 끝까지 형사로서의 자리를 잊지 않지만, 그럼에도 점차 제대로 된 호텔리어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말이다.).
세 건의 살인 사건. 연쇄살인 사건임을 드러내는 증거들. 그로인해 연쇄살인으로 단정하고 사건을 접근하는 수사진. 물론 이 살인 사건은 연쇄살인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설정 안에 결정적 함정 장치가 있다. 이런 함정을 만들어낸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닛타 경위를 돕는 지역형사의 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다. 뚱뚱한 체격,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무시 받을 그런 외모와 직위, 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반짝이는 수사재능을 가진 캐릭터가 말이다.
닛타 경위는 그토록 하기 싫은 호텔리어 위장근무를 하며 호텔이기 때문에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사건들이 주는 긴장감과 함께, 전혀 무관한 사건들을 통해 살인사건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가는 닛타 경위의 번뜩이는 감각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다른 데 있다. 나오미가 고백하고, 실제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호텔리어로서의 자세 내지 사명감은 감동이 되기에 충분하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신들을 섬기는 서비스업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정신과 자세로 임하는 모습은 한 사람의 장인을 보는 것과 같은 무게감이 있다. 그렇기에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읽으며, 자신의 자리에 대한 자부심 내지 자긍심에 대해 제일 많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등단 25주년을 맞으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