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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왕 ㅣ 프리데인 연대기 5
로이드 알렉산더 지음, 김지성 옮김 / 아이란 / 2018년 1월
평점 :
드디어 『프리데인 연대기』 마지막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제목은 『위대한 왕』입니다. 50여 년 전에 출간된 판타지동화의 고전이라 불릴 법한 책이자, 뉴베리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경력의 책입니다. 5권을 읽으며, 어째 마지막 책이 앞 권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흔히 시리즈의 마지막 책 가운데는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더 좋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역자의 글을 보니, 역시 이번 5권이 뉴베리 상을 수상한 책이네요(또 한 번 뉴베리 영예를 얻은 건 2권 『악마의 가마솥』이라고 합니다.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했습니다.).
달벤의 요새에 영웅들이 모여듭니다. 모험을 떠났던 타란도 집으로 돌아올 뿐더러, 신부수업을 받던 아이란위 공주도, 음유시인 프류더, 프리데인의 최고 영웅 귀드이언 왕, 그리고 철부지 왕자에서 어느덧 성장한 모나의 왕 루운 왕 등 다양한 영웅들이 달벤의 요새로 모여듭니다.
그런데, 달벤의 요새로 오던 귀드이언은 마왕 아란 왕의 부하들인 사냥꾼들에게 공격을 받고 던윈 검을 빼앗겼습니다. 던윈 검이 아누빈의 마왕 아란에게 넘어가면 프리데인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 텐데 말입니다(존재하지만 여태 한 번도 직접 등장한 적이 없는 마왕 아란이 과연 5권에서는 얼굴을 비출까 궁금했답니다.). 이에 던윈 검을 되찾기 위한 원정대가 구성되어 출발합니다. 타란, 아이란위, 그얼기, 카알, 프류더, 귀드이언, 루운 왕, 여기에 글루까지(글루는 3권 『리어 성』에 등장했던 거인이었는데, 이제 다시 작은 모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거인시절의 영웅담을 늘어놓으며 투덜대기만 하는 5권에서 가장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던윈 검을 찾아 떠난 원정대는 더 놀라운 사실에 직면합니다. 아누빈의 마왕 아란이 자신의 추종자들을 모두 모아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왕의 뜻대로 되면 프리데인은 이제 끝장입니다. 그렇기에 이들과 싸우기 위해 세력을 모으려는 일행. 과연 그들의 뜻대로 될까요?

이번 5권은 앞에서 나왔던 수많은 인물들이 거의 모두 다시 등장합니다. 특히, 타란이 뿌린 일들이 열매를 거두며, 타란을 돕기 위해 수많은 인물들이 모여드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타란이 진정 영웅으로 이미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앞 책들에서 언급되었던 일들, 벌여놓았지만 끝을 맺지 못한 일들이 하나하나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1권에 등장했던 예언하는 돼지 헨 왠의 경우, 헨 왠을 찾기 위해 그토록 고생을 했음에도 헨 왠이 진짜 예언을 하는지, 과연 무슨 역할을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이야기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헨 왠이 이번 5권에서는 모험을 떠나는 영웅들을 향해 드디어 예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그 예언은 여전히 수수께끼 같고, 완전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예언에 대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타란의 영원한 스승 마법사 달벤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운명은 예언이 아니라 자신의 말과 행동에 따라 결정되는 거야.”(336쪽)
예언과 마법, 신비한 형상들이 가득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그럼에도 결국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 즉, 우리의 의지와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리 우리의 운명을 보여주는 <비밀의 책>에 적히는 내용 역시, 이런 우리의 행동에 따라 변하게 되고 말입니다. 예언은 내가 손 놓고 있어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내 선택과 의지적 결단과 행동에 따라 달라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영웅이 되고 싶었던 돼지치기 조수인 타란. 주인공 타란의 성장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이번 책은 확연히 보여줍니다. 이제 타란은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기쁨마저 포기할 줄 아는, 그리고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마저 내려놓게 되는 성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곤 자신이 이 땅에서 해야 할 일, 그 삶의 무게를 견뎌내려 하는 성장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성장’의 모습이야말로 판타지가 외치는 큰 축이며, 동화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 역시 함께 성장하게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게다가 판타지 동화이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만이 아닌(물론, 판타지답게 신비한 능력을 가진 물건들이 이번 이야기에서도 등장합니다.), 주옥같은 문장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역시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두고두고 곱씹게 만드는 그런 문장들 말입니다. 여러 내용들이 있지만, 왕관에 대한 접근을 적어봅니다.
“아, 공주! 왕관은 장식이 아니라 희생을 의미하는 거란다. 그걸 깨달아야 수업을 제대로 받은 거지.”(달벤이 아이란위 공주에게, 22쪽)
“진정한 왕은 가슴속에 왕관을 품고 사는 법이란다.”(귀드이언이 타란에게, 343쪽)
타란은 결국 위대한 왕이 되지만, 그 왕위는 왕관을 탐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진정한 영웅입니다.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여 자신의 권리만을 탐하는 모습도 아닙니다. 그저 왕관은 가슴속에 품고, 머리 위엔 왕국을 위한, 백성들을 위한 자신의 의무와 돌봄의 무게를 견뎌내는 겁니다. 이런 지도자를 두게 될 프리데인이란 가상의 공간이 부러울 만큼 멋진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프리데인 연대기 시리즈>,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