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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신의 카르테』란 작품으로 제10회 쇼각칸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현직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작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란 작품을 만났다. 이 작품은 작가가 처음 쓴 판타지 소설이란 의미에서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소재 역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관심을 기울일법한 내용이고.
소설은 고서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심으로 홀로 남게 된 고등학생 소년 린타로의 홀로 남겨짐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던 린타로. 고모의 결정에 의해 고서점을 정리하고 이사를 가게 된 린타로. 그런 린타로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고서점에서 말하는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얼룩 고양이는 책을 해방시키는 일에 린타로의 힘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과연 린타로는 책을 해방시키는 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소설을 손에 들며 처음 기대했던 건 판타지답게 멋진 모험으로 책을 해방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런 모험과 판타지적 요소들 속에서 뭔가 메시지로 책에 대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표지의 그림 역시 그런 기대를 품게 만든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 판타지소설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판타지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고찰, 아니 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고찰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모험이나 판타지적 요소보다는 메시지가 중심이다.
린타로는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네 차례의 모험을 하게 된다(사실, 이것을 모험이라 불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 미궁에서 네 부류의 사람을 만나며 책을 해방시키는 주인공 린타로. 그가 미궁에서 만나는 이들은 모두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모두 왜곡된 모습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미궁에서 만난 사람은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65쪽)
두 번째 미궁에서는 책읽기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가운데 책을 제단하고 요약하는 사람이다. 어려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사람. 하지만, 그런 그의 선한 마음은 오히려 책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게 한다. 오늘 우리 역시 이런 책을 더 좋아하지 않은가? 책 전체를 읽으려하기보다는 책을 요약한 내용을 읽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하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다.
세 번째 미궁에서는 매일같이 산더미처럼 책을 만들고 팔아치우는 ‘세계제일출판사’ 사장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은 좋은 책을 만들기보다는 잘 팔릴 법한 책을 만든다. 독자에게 들려줄 이야기보다는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재생산해낸다. 이 역시 오늘 우리의 모습을 반성케 한다.
네 번째 미궁에서는 책의 마음이 일그러져있다. 과연 책의 힘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가운데 린타로는 책의 힘이란 결국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것이라 정의 내린다. 그렇다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아무리 책을 잘 정리해도, 아무리 많은 책을 만들어내도, 책을 통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품지 못한다면, 우리의 책읽기는 가짜라는 말이다.
문득, 나의 책읽기는 어떤지 돌아보게 만든다. 아울러 우리의 책읽기는 어떤지를.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사라진 모습들을 종종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물론,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책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물론, 남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나나 잘하자.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통해 나의 책읽기를 반성해본다.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228쪽)
나쓰카와 소스케의 첫 번째 판타지 소설인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판타지소설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생각하는 독자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기도 하다. 판타지소설이란 딱지를 떼어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린타로와 얼룩 고양이를 통해, 작가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좋겠다. 소설 속엔 두고두고 곱씹어보고 싶은 내용들이 참 많다. 그렇기에 판타지소설로서는 실망했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좋은 양식을 먹은 듯 배부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