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기이 - 18세기 조선의 기인 열전
조수삼 지음, 허경진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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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을 읽는 가운데, 추재기이란 책이 있음을 알고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추재는 지은이 조수삼의 호다. 18세기를 살다간 분(1762-1849)으로 당시대에 알려진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그래서 제목이 추제기이(秋齊紀異). 부제로는 18세기 조선의 기인 열전이라 붙어 있다.

 

스스로 자신을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한 추재가 18세기 조선의 기인들에 대해 기록해 놓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지매나 김만덕과 같은 인물들도 만나게 되고, 다양한 당시대의 기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주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뒷골목 인생들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건, 추재 역시 중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안경알을 갈아 주는 전문직업인이었던 사람. 마을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읽어주고 돈을 받던 전기수. 돌을 깨는 차력을 보여주며 벌어먹던 사람.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며 술을 팔고, 자신도 그만큼의 술을 마시던 술장수. 원숭이를 구경시켜주고 돈을 받던 거지. 입으로 온갖 악기소리를 내던 성대모사의 달인 이야기. 하룻밤에 먼 거리를 달려와 호랑이를 때려잡은 사람. 사재기를 잘 못 해서 패가망신한 사람. 등 매우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기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모아 놓음으로 우리로 하여금 당시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도록 해준 추재 조수삼, 그야말로 기인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각 인물들에 대한 짧은 소개뿐이지만, 어떤 인물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지고, 그런 직업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인물들도 적지 않다. 괜스레 그네들의 삶을 상상해보게도 되고. 18세기 조선을 살다 간 71명의 이야기를 만나게 해주는 특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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