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대 영문학의 창시자로 불리고, ‘영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초서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의 대표적 대작이라는 캔터베리 이야기가 금번 현대지성에서 완역되어 출간되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초서의 말년 작품으로 유작이라 할 수 있겠다(1396-1400년에 기록). 중간에 이야기를 하다 중단하는 단락이 있는 것을 보면, 미완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미완이라 보기에는 그 방대한 분량이라든지, 그 안에 담긴 사상과 논리, 주장들이 많아 미완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야기는 성인 토머스 베켓의 무덤이 있는 캔터베리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일단의 무리들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당시 캔터베리의 대주교였던 토머스 베켓은 헨리 2세와의 불화로 살해당하게 되고, 그 후 성인으로 시성된다. 이에 당시 성인 유골 자체가 순례의 대상이 되던 종교관습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캔터베리로 성지순례를 떠나곤 하던 역사적 상황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31(후엔 33)의 순례자가 순례를 위해 템스 강 남쪽에 위치한 서쪽의 타바드 여관에 모이게 되고, 이들은 여관 주인과 함께 캔터베리로 순례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가고 오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여관 주인은 각자 이야기를 하길 제안하고, 가장 건설적이고 재미난 이야기를 한 분을 위해 모두가 돈을 내서 축제를 벌이기로 한다. 이렇게 각자 이야기를 하게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도합 23명의 24개의 이야기.). 이런 부분에서 아라비안나이트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캔터베리 이야기역시 분량이 만만찮다. 상당히 작은 글씨체에 빡빡한 내용으로 600페이지가 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체로 술술 읽히는 내용들이다.

 

어떤 내용들은 재미나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19금 내용이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마치 신학적 토론을 듣는 것과 같은 내용들도 있다. 대체로 이야기는 술술 읽힌다. 시대적 간극에도 불구하고 그런 간극을 잘 느끼지 못하는 걸 보면, 번역이 상당히 부드럽게 잘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캔터베리 이야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체 서문이 상당히 길게 이어지며 등장인물들을 대체로 소개하게 되는데, 이 소개를 보면, 이 책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물론 본당신부와 같이 타락하지 않은 종교인들도 등장하지만, 타락한 종교인들, 자신의 본질을 상실한 당 시대의 여러 계층의 인물들을 설명하며 책은 시작한다. 이는 당 시대가 이처럼 아이러니의 시대였음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대체로 재미나게 진행되면서도, 곳곳에 깊이 새겨두고 싶은 빛나는 문구들이 많다. 저자 초서가 깊은 사상과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들, 뿐 아니라 깊이 있는 신학적 내용들도 많이 등장한다. 이런 사상적 부분들을 볼 때, 미국대학위원회 SAT 추천도서이며, 시카고 대학을 명문대로 만든 시카고 플랜의 필독서로 이 책이 들어 있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성경에는 지혜문학이란 분야가 있다. 이는 자녀들의 성공(성공이란 개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을 위한 삶의 지침서가 바로 지혜문학이다.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지혜문학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어쩜, 이 안에 삶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난 후엔 초서의 작품을 읽었다는 뿌듯함을 선물 받게 된다. 게다가 현대지성의 책들의 장점은 그 내용이나 분량에 비해 책값이 착하다는 것 역시 대단히 큰 장점이다. <현대지성 클래식> 15번째 책, 캔터베리 이야기, 소장하며 시간 날 때마다 이야기 하나하나 읽어볼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