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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말해! 다마레! - 일제 강점기 교실 이야기
김기정 외 지음, 김금숙 그림 / 해와나무 / 2017년 12월
평점 :
오늘 우린 우리말의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왜 하필 우리말이 영어가 아닐까 한탄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단편동화집이 나왔습니다. 해와나무에서 출간된 『다 말해! 다마레!』란 동화집입니다.
단편동화집 『다 말해! 다마레!』는 일제 강점기의 교실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쓴 현대작가들의 단편이 세 편.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쓴 단편과 해방 직후에 쓴 단편이 한편씩 이렇게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동화를 읽다보면,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우리말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바르게 잘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다 말해! 다마레!>에서는 우리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교실을 보여줍니다. 조선인이면서도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처럼 행동하는 아이도 등장합니다. 한편 우리말을 사랑하기에 혼나면서도 고집스럽게 조선말을 사용하는 용칠이란 아이가 등장합니다.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본아이와 그 편에 붙은 조선인의 횡포에 대한 요칠의 복수가 참 통쾌한 단편입니다.

<가나다 선생님>은 창씨개명과 조선어 수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름을 ‘가나다’라 창씨 개명한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일본이름 같지만, 실상은 우리의 언어 가나다라마바사를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가나다 선생님을 아이들을 부를 때마다 자연스레 가나다라마바사 가 나오고 말입니다.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일제를 향한 그만의 항거가 멋져 보입니다.
<고갯마루 도깨비>는 일본순사를 물리친 도깨비 이야기입니다. 고갯마루에서 일본순사를 막는 도깨비의 활약이 뭉클합니다. 도깨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닌 몬 간다. 닌 몬 간다.” “여긴 우리 집이다. 여긴 우리 집이다.” 조선의 도깨비가 이곳은 우리 집이라며 일본 순사를 막는 모습이 뭉클하면서도, 어쩐지 우리말이 손상되고 파괴되어져가는 현실, 우리말을 천덕꾸러기처럼 여기는 세태 속에서, 도깨비가 고갯마루에 있었다면, 도깨비가 허덕거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조선어는 조선말로>는 1920년 6월 1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동화입니다. “일사”란 분이 쓴 건데, 이 분이 누구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합니다. 역시 일제강점기 하 교실에서 일본말이 우리의 말이 되어버려 해야만 하는 상황, 일본말을 잘하기 위해 집에 와서도 일본말로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아이에게 누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 참 일본말 잘하는구나. 그러나 그것이 정신없는 것이다. 네 눈에는 집안사람이 다 일본사람으로 보이느냐? 일본말은 일본 사람에게 하고 조선 사람에게는 네 말로 해라.”(78쪽)
일제강점기 어느 작가의 동화 속 대사가 어쩜 오늘 우릴 향한 외침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역시 자랑스러운 한국어보다는 다른 언어를 최고로 치고 모든 것을 외국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 어쩐지 부끄럽게 만듭니다. 오늘 우리 모두 ‘정신없는 것’의 모습은 아닌지 반성해보며 말입니다.

마지막 <벌쟁이>는 해방된 직후에 발표된 작품인데, 동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입니다. 조선말을 쓴다고, 일본말을 못한다고 매번 혼나기만 하는 정애는 ‘벌쟁이’라는 별명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벌쟁이 정애가 해방 후에는 오히려 일본말을 해서 혼나게 됩니다. 왜나하면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말밖에 하지 못하다 해방이 되어 조선으로 돌아온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는 철저하게 소외되거든요. 일제강점기엔 조선말을 한다고 혼내던 그 선생님이 이번엔 철저하게 조선말만 하도록 하거든요. 우리말을 고집하기에 혼이 나고, 또 일본말밖에 하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혼이 나는 정애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여전히 정애는 ‘벌쟁이’가 되어버렸지만, 이런 벌쟁이 정애가 참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동화입니다.
일제강점기 우리네 교실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다섯 편의 단편. 이런 단편을 한 자리에 모아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여러 자료들 역시 귀하고 소중한 자료로 꼼꼼하게 읽어보면 우리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귀한 기회가 되리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