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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이 안 그랬대! ㅣ 라임 어린이 문학 14
유순희 지음, 정문주 그림 / 라임 / 2016년 8월
평점 :
동민이는 어느 날 운동장 끝 정글짐에서 호준이와 우석이가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내용은 ‘지민이가 똥을 쌌다.’는 겁니다. 지민이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신문지를 깔고 똥을 쌌다는 상당히 구체적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금세 날개를 달고 퍼져나갑니다. 지민이와 친한 동민이는 지민이가 결코 그럴 리가 없음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동민이의 외침을 그저 공허한 울림에 그치는 만드는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용기를 내어, “아니야! 박지민이 안 그랬대!” 외치는데, 마침 학원차가 와서 아이들이 우르르 버스에 오르느라 동민이의 외침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것과 같은 그런 식입니다.

그 뒤로도 지민이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만들어집니다. 지민이는 밥을 엄청 먹는다는 소문, 지민이가 선생님을 흉보는 쪽지를 썼다는 소문, 지민이가 마법가루를 학교 정수기에 넣었다는 소문 등이 퍼져나갑니다. 그럴 때마다 동민이는 “박지민이 안 그랬대!”하며 지민이를 변호하려 애씁니다. 물론, 그때마다 동민이의 외침을 공허한 울림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들이 발생하고요.

이렇게 동화는 흘러갑니다. 동화를 통해, 먼저, 소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모든 소문은 나름대로 그 출발이 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은 분명 어떤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접한 이들은 그 사실을 나름대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확대’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합니다. 나중엔 정말 괴상한 소문으로 재생산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런 소문들에 대해 바로잡기 위에 노심초사하는 동민이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친구를 위해 “안 그랬대!”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동화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소문을 생산해내고 전달하며 확대시키는 편에 설지. 아니면 소문을 누그러뜨리고 억울한 누명을 쓰는 친구를 위해 애쓰는 편에 설지 묻는듯합니다. 동민이의 예쁜 마음, 예쁜 모습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동화는 묘한 암시를 하고 있답니다. 모든 소문이 사실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입니다. 박지민은 정말 거실에서 똥을 싸고, 밥을 엄청 먹으며, 선생님을 흉보고 욕한 괴 쪽지를 썼으며, 학교 정수기에 이상한 가루를 탔음을 말입니다. 그럼, 정말 그렇다면, 박지민이 나쁜 아이일까요? 아닙니다. 여전히 지민이는 동그란 얼굴에 통통한 몸을 가진 귀여운 아이입니다. 그랬을지라도 여전히 지민이는 못된 아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바로 여기에 동화의 진짜 통쾌함이 있습니다. 수군거리고 흉보는 모든 소문들이 진짜라 할지라도 뭐가 문제냐는 거죠. 마치 동화는 “그래서 뭐가 잘못인데?” 질문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묘한 통쾌함이 있답니다. 어쩌면, 동민이는 “박지민이 안 그랬대!”라고 외치기보다는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 뭐가 잘못인데?”라고 외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