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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5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다카하시 겐이치로 란 작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금번 개정판으로 새롭게 나온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란 소설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 하나다. 책을 선전하는 문구 가운데, “소설 마니아를 헌책방 순례에 나서게 한 화제의 책!”이란 구절 때문이다.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면 소설 마니아들로 하여금 헌책방을 순례하게 만들었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책을 들었다(소설 마니아도 아닌 주제에 말이다.).
이 책은 제1회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작이란 또 하나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미시마 유키오란 작가에 대해 한국인 치고 좋은 감정을 가질 사람들은 없을 게다. 그의 정치적 노선과 행보는 한국인이라면 치를 떨어야 마땅하니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 타이틀 역시 썩 좋은 타이틀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작가 역시 한국어판 서문에 자신은 미시마 유키오와는 정치적 성향이 다름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그러며, 자신이 제1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언어에 대한 애착” 때문이 아닐까 말한다.
소설을 접하며, 이런 ‘언어에 대한 애착’이 소설 속에 어떻게 녹아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을수록, ‘뭐지?’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내가 ‘소설 마니아’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일지도. 나름 독서량이 적지 않다고 자부함에도 당최 뭘 말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소설은 ‘야구가 사라져버린 미래의 어느 시점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역시 소설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에나 알아 챌 수 있다. 아울러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중구난방 정신없다. 그런데, 정말 묘하게도 다음이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거야!’ 하며 그 말하려는 바가 뭔지 알고 싶기에 궁금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소설은 독자를 무척 정신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황당하고, 논리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것 같고, 말장난이 가득하고, 그래서 소설은 황당한 비약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가운데 묘하게 논리가 있다. 분명 말도 되지 않는 비논리적 전개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삶과 대화 가운데 가득한데, 묘하게 논리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말도 안되는 말장난이 가득한데, 그런 문장들이 묘한 설득력이 있다.
때론 엽기적이고, 음탕하고, 때론 그로테스크한 점도 없지 않은데, 소설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야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난 후엔 어쩐지 그런 것 같다. 진짜 우아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럼에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소설의 마지막을 보고야 말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건 완전 인정!!!
정말 정신없는 전개인데, 소설을 마지막까지 다 읽으면,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 같은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다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그건 진짜 야구를 위해 야구를 포기한, 그리고 야구가 사라지게 만든 이들이 다시 야구를 찾아가는 흔적임을.
이들은 대부분, 1985년 한신 타이거스 선수단과 연관이 있다. 이들은 모든 팀들을 초토화시키며 유린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야구는 사무라이 야구, 모두 초전박살을 만들어 버리는 무자비한 야구다. 그러다 그들은 상대의 눈을 보며 오히려 공포감에 빠져든다. 자신들과 만나는 상대팀들은 어서 빨리 이닝이 끝나기만 기다린다. 야구를 이기려는 마음보다는 어떻게든 경기가 끝나기만 바라는 이들. 그런 그들의 눈빛에서 이들 최강자들은 공포를 느끼며, 이런 작은 날갯짓은 커다란 토네이도가 되어, 팀을 사라지게 만들고, 결국 야구가 사라진 세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곤 야구가 사라진 세상에서 이들은 야구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한다. 어떤 이는 포르노 배우가 되어, 어떤 이들은 정신병자가 되어, 어떤 이는 책 속에 들어 있는 야구에 대한 문장들을 수집하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결국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를 만들어 낸다.
물론, 여전히 뭘 말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상대를 향한 배려, 함께 가는 동업자 정신? 모를 일이다. 과장하면 제6장에 등장하는 히라가나만 읽은 여자처럼 책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왠지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아무튼 묘한 소설임에 분명하다. 책을 소장하고, 알아내고야 말테야 마음먹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