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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ㅣ 푸르메그림책 2
김준철 글.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17년 11월
평점 :
그림책 『꿈틀』의 작가 김준철은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아야만 한다고 합니다. 스무 살 때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그때부터 작가는 세상과 단절되었다고 하네요. 그런 단절, 약함,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의 상황들. 이런 장애물이 삶 속에 여전하겠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책을 통해, 세상과 접속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 『꿈틀』 역시 그런 접속을 향한 작은 몸짓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의 이런 구체적 삶의 자리를 알고 그림책을 접하니, 더욱 마음이 ‘꿈틀’거립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09/pimg_7045701931791967.jpg)
마실 물이 없어 더러운 웅덩이에 얼굴을 묻고 물을 마시는 아이의 꿈틀거림.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 가운데 사그라드는 미약한 꿈틀거림. 지진으로, 전쟁으로, 살던 집이 무너지고, 부모를 잃고 홀로 된 아이들의 힘겨운 꿈틀거림. 이런 다양한 꿈틀거림을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대요. 그저 병상에 누워 자신의 연약한 몸을 위해서 꿈틀거릴 뿐이니 말입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1209/pimg_7045701931791968.jpg)
그럼에도 ‘나’는 그 침상에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합니다. 바로 꿈을 꾸는 겁니다. 새가 되어 아이들에게 날아가고, 구름이 되어 아이들에게 떠가며, 바람이 되어 아이들 곁에 머무는 꿈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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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를 꼬옥 안아주는 꿈을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열심히 꿈틀꿈틀 거린데요. 이런 꿈틀거림이 바로 『꿈틀』이란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전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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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작가가 우리를 꼬옥 안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힘들지만 더 이상 힘들어하지마는 말라고. 그리곤 토닥여 주는 것 같아요. 슬픈 일이 있어도 이젠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고. 그리곤 각자 삶의 자리에서 힘차게 꿈틀거리자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힘겨워 하는 이들을 우리 함께 꼬옥 안아주자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김준철 작가의 그림책, 『꿈틀』,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어쩐지 날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요. 힘차게 꿈틀거릴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함을 책망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