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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스쿨 라이프 - 공부 스트레스에 친구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초등생을 위한 감성 판타지
이송현 지음, 이송은 그림 / 찰리북 / 2017년 11월
평점 :
우린 경쟁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곁에 있는 친구 역시 경쟁자로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경쟁의식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경쟁의식은 발전을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의식으로 친구를 잃게 된다면 이런 경쟁의식은 부정적 요소임에 분명합니다.
『지구별 스쿨 라이프』라는 동화는 바로 이처럼 공부 경쟁, 과도한 공부 경쟁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고 있는 판타지 단편동화입니다. 그림동화이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도서입니다. 초등 중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을 내용입니다.

어느 날 기오가 기오가 아님을 유찬이는 알게 됩니다. 평소 학용품을 빌려주지 않고 까칠하게 굴던 아이가 기분 좋게 빌려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오이 알레르기가 있어 오이를 먹지 않던 기오가 급식 시간에 나온 오이무침을 맛나게 먹습니다. 오이를 먹고 쓰러졌던 기오가 말입니다. 이에 유찬이는 기오에게 묻습니다. 너 누구냐고. 그러자, 기오가 이렇게 말합니다. “넌 내가 누구인 것 같은데?” 이렇게 되묻는 기오의 눈동자에 이상한 문양이 쓱 하고 지나갑니다.
기오는 기오가 아닙니다. 알고 보니 외계인이 지구별에 와 기오의 몸에 정착한 겁니다. 그래서 항상 1등만 하던 기오가 수학 바보가 되었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유찬은 기뻐해야 할까요(유찬이는 항상 기오 때문에 2등으로 만족해야만 했거든요.)? 아님 기오를 되찾아야 할까요? 기오와 유찬은 친한 친구관계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경쟁자입니다. 실제 기오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유찬은 이제 자신이 1등을 할 수 있겠다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그러니, 기오가 사라진 것은 유찬에겐 행복한 기회인 걸까요? 외계인이 기오 몸에 들어간 이유 중에 하나는 기오는 친구가 없어서였다는 겁니다. 친구가 없으니 아무도 기오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거죠. 참, 씁쓸한 대목입니다. 어느 시기보다 친구가 가장 소중한 시기에 친구도 사귀지 못할 정도로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동화 속 기오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오가 안쓰럽습니다.

기오 몸속에 들어간 외계인 역시 자신들 별에서 학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부 스트레스를 피해 여러 재미난 놀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지구별을 선택한 거랍니다. 게다가 공부 잘 하는 아이 몸속에 들어가면 공부 스트레스는 안 받을 거라 여겼던 거죠. 하지만, 기오 몸속에 들어간 외계인은 깜짝 놀라고 맙니다. 기오의 스케줄은 가히 살인적이거든요. 학원, 한원, 반복되는 수많은 학원들. 그리고 공부, 공부, 공부.... 게다가 놀이란 것은 기오에겐 그저 책 속에서나 있는 판타지에 불과합니다.
이런 모습이 초등학생의 모습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물론, 동화는 과장된 바가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과장에 그치는 걸까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벌써 초등학생들부터 여러군데 학원을 다녀야만 합니다. 어쩌면 이 사회가, 그리고 아이들을 그런 공부의 절벽으로 몰아세우는 부모가 아이를 빼앗아 버린 외계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오가 기오가 아닌, 자신을 외계인에게 빼앗긴 기오의 모습, 그 진짜 이상한 판타지는 오히려 현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