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딸기 크림봉봉 ㅣ 신나는 새싹 37
에밀리 젠킨스 지음, 소피 블래콜 그림, 길상효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7월
평점 :
『산딸기 크림봉봉』이란 제목의 이 그림책은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후식으로 먹는 ‘산딸기 크림봉봉’이란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습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산딸기 크림봉봉’이란 이름은 딱히 우리말에 맞는 용어가 없어 옮긴이가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거품을 낸 생크림에 과즙을 넣어 차게 먹는 후식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후식 요리를 소재로 해서 쓴 짧은 내용의 그림책인데, 그림 하나하나에 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좋은 책입니다.
시대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기구(여기에서는 거품기와 얼음을 보관하는 장소와 방법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가 어떻게 변천하게 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거품기에 따라 크림을 만드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진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처음 나뭇가지로 만든 거품기는 15분, 쇠를 두드려 만든 거품기는 10분, 톱니를 이용하여 수동으로 돌리는 거품기는 5분, 전기를 이용한 자동거품기는 2분. 이렇게 거품기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며 발전하는 모습, 그리고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모습 등을 살펴보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식자료를 얻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대에 따라 사회 관습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 역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300년 전 영국 라임이라는 마을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엄마와 딸이 덤불을 헤치며 산딸기를 땁니다. 넓은 치마가 자꾸 산딸기 덩굴 가시에 걸리는 장면도 인상적이고요. 직접 우유를 짜서 나뭇가지로 만든 거품기로 거품을 내는 등 수고하여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들어 온 가족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즐겁게 먹습니다. 여기까지는 비록 수고스럽긴 하지만 대단히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조금 주의해서 그림을 살펴 보면, ‘온 가족’이 함께 먹는 게 아닙니다. 아빠와 아들들만 식탁에 앉아 있고, 엄마와 딸은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남은 것을 부엌에서 먹고 말이죠.

다음 시대는 200년 전 미국 찰스턴의 한 농장입니다. 흑인 아주머니와 딸이 농장에서 산딸기를 따서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듭니다. 하지만, 이들이 먹을 것은 아니랍니다. 이들은 노예거든요. 주인들이 식탁에 즐겁게 앉아 먹습니다. 음식을 만든 이들은 즐겁지만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늦은 밤 벽장에 숨어 남은 것을 먹습니다. 그나마 남은 것이 있다면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 즉 현대의 가정은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함께 ‘산딸기 크림봉봉’을 먹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먹는 사람들은 남자도 여자도, 어른도 어린이도 함께 한 식탁에서 먹고 즐깁니다. 뿐 아니라, 초대되어 온 이웃은 흑인과 백인 부부의 다문화 가정이고요. 게다가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이번엔 아빠랍니다. 이렇게 피부색도, 성별도, 나이의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먹는 평등의 식탁, 화합의 식탁이 오늘의 식탁이랍니다. 이제 비로소 ‘산딸기 크림봉봉’이 진정으로 ‘살살 녹는 디저트’가 된 거죠.
『산딸기 크림봉봉』이란 제목의 그림책,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