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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왕국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198
막스 뒤코스 글.그림, 류재화 옮김 / 국민서관 / 2017년 10월
평점 :
프랑스 아동청소년문학상 ‘앵코륍티블상’을 2연속 수상한 작가인 막스 뒤코스의 신작 그림동화 『한밤의 왕국』을 만났습니다. 그림책으로는 페이지가 제법 많은 64쪽입니다(기본 페이지 32쪽의 정확히 두 배입니다.). 책 규격은 제법 큰 사이즈의 그림책입니다(235*315mm).
도시의 숲 속에 학교 하나 있습니다. 외모와 단절된 숲 속에 둘러싸인 학교이기에 숲속학교라 불리는 곳. 이곳 학생 가운데 아쉴이란 아이가 있습니다. 몹시 장난꾸러기인 아이랍니다. 선생님도 두 손 들게 만드는 아이. 그런 아쉴이 어느 날 비밀스러운 계획을 세웁니다. 그건 아무도 없는 학교에 홀로 남는 계획입니다. 아마도 아쉴은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야단도 없는 시간, 넓은 학교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려는 생각인가 봅니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혼자만의 왕국을 만들려는 거죠.

그런 아쉴의 계획은 반은 성공합니다. 실제 혼자 남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진짜는 혼자가 아니랍니다. 아쉴과 같은 학년이자 최고 모범생인 마시모 역시 학교에 남았답니다. 아니, 마시모는 엄밀히 말해 몰래 남은 것은 아닙니다. 마시모의 집이 바로 학교거든요. 마시모의 아빠가 교장선생님이어서 학교 내에서 살고 있답니다. 마침 아빠가 모임이 있어, 홀로 남게 된 거죠. 그런 마시모는 모범생이어서 모든 것을 규정대로만 할 것 같은데, 혼자가 되자 학교 압수품 수납장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몰래 가지고 놀려는 겁니다. 그곳에 당연히 같은 생각을 하던 아쉴이 먼저 있었고요.

이렇게 학교 내의 가장 말썽꾸러기와 최고 모범생이 한밤의 학교에서 함께 놀이를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겐 상상을 통해 모든 것이 실제가 됩니다. 아무도 없는 한밤의 학교는 아이들에겐 자신들이 통치하는 왕국이 되고요. 둘은 왕과 신뢰하는 신하로서 함께 모험을 해나갑니다.
그러다 학교 건물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도 그들만의 모험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아주 무서운 괴물도 만나기도 합니다. 둘은 이 괴물은 상상 속 괴물이 아닌, 진짜 괴물이라 여기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도 하죠. 그런데, 정말 숲속에는 괴물이 있는 걸까요?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함께 하게 된 최고의 말썽쟁이와 최고의 모범생. 이 둘은 한밤의 비밀스러운 놀이를 통해 친구가 됩니다. 너무나도 달라서 결코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던 둘은 이 시간을 통해 끈끈한 우정을 쌓게 됩니다. 그리곤 결국 가장 친한 친구가 되죠. 이런 모습은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나와 너무나도 다른 상대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저 아이는 정말 싫어.’ 이렇게 선입견을 갖고 있던 상대라 할지라도 관계를 갖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살짝 열어보면, 내가 갖지 못한 상대만의 장점이 보일 수 있음을 동화를 통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동화는 아쉴의 모습을 통해, 아이를 향한 부모, 어른들의 마음을 알게 해주기도 합니다. 아쉴은 엄청난 말썽쟁이입니다. 그런 아쉴은 생각하길 자신이 무엇을 하든 엄마는 상관치도 않고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여깁니다. 자신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죠. 다른 어른들 역시 자신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길 뿐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룻밤 아쉴의 엄청난 탈선(?)으로 인해 일상의 자리에 있던 엄마와 어른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마지막 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선생님은 진흙과 물감으로 뒤범벅이 된 아쉴의 얼굴을 닦아 주었어요. 그리고 아쉴을 교문 앞으로 데려갔어요. 그곳에는 아쉴의 엄마가 교장 선생님과 함께 서 있었어요. 엄마는 아쉴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꼬옥 껴안아 주었어요. 안도의 눈빛과 사랑이 가득한 몸짓으로요.
아쉴의 모험은 아쉴에게도 그리고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부모의 마음, 어른들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언제나 사랑과 염려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말입니다.
『한밤의 왕국』, 재미나면서도 따뜻한 느낌도 갖게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상상력, 그 생생한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는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