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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문의 기적 ㅣ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평점 :
동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장미아파트 101동 406호의 문은 특별합니다.” 무엇이 그리 특별할까요? 바로 현관문이 분홍색을 칠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집들은 다 칙칙한 회색문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거기엔 작은 종이 달렸으며, <행복한 우리 집>이라 쓰인 나무판이 붙어 있고요.
당연히 그 안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안에는 안 행복한 남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불량아빠 박진정, 불량아들 박향기, 이렇게 둘이 말입니다.
박진정씨는 모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자를 싫어합니다. 사실 신발을 더 좋아하죠. 하지만, 모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밤늦도록 술 마시느라 오후 늦은 시간에야 간신히 문을 열지만 말입니다.
불량아들 박향기는 등교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맘에 들지 않는 녀석들은 마음껏 괴롭히는 불량소년이고요. 향기라는 이름답게 언제나 향기를 풍깁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좋은 향기가 아닌 악취를 풍기지만 말입니다.
분홍문 안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언제나 불만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니 분홍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안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이자 엄마가 아침 찌개를 준비하러 잠깐 두부를 사러 갔다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짧은 시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이렇게 남겨진 둘은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들을 두고 먼저 간 아내 엄마를 원망하며 불량아빠 불량아들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엄마가 돌아온 겁니다. 물론, 살아난 건 아니고, 72시간의 시간동안만 이 둘에게 나타난 겁니다. 엄지공주처럼 작은 몸에 천사의 날개가 달린 엄마. 아직은 천사가 되지 못했다는 아내 엄마와의 72시간은 이 두 불량 남자들에게는 기적의 시간이 됩니다.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요.
강정연 작가의 장편동화 『분홍문의 기적』은 참 재미납니다. 슬프고 먹먹한 내용인데, 재미나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실제 재미납니다. 재미나면서 또 한편으로는 먹먹하고 아픕니다. 이렇게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오롯이 함께 느낄 수 있는 게 동화 『분홍문의 기적』입니다. 여기에 감동이 더해지고, 가슴을 말랑말랑 부드럽게 해주는 힘이 있는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만한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