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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할머니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8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 그림, 로베르토 파르메지아니 글,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6년 3월
평점 :
『잠자는 할머니』란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이 그림책은 로베르토 파르메지아니 란 작가가 글을 쓰고,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 란 작가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니 독특한 내용이 있네요. 작가 로베르토 파르메지아니는 어린 시절 난독증을 앓았데요. 난독증을 앓던 아이가 커서 작가가 되었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애썼을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지금은 작가가 되고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 작가의 발자취 자체만으로도 어린이들에게 큰 희망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림을 그린 주앙 바즈 드 카르발류는 2005년 포르투갈 국제 어린이 일러스트레이션 대상, 2009년, 2013년 세르비아 벨그레이드 어워드 황금펜상, 2013년 독일 뮌헨 국제청소년도서 화이트 레이븐 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런 두 작가가 함께 만든 책, 『잠자는 할머니』는 치매라는 질병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거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처음 겪게 될 아픔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무겁고 우울하고 아픈 내용들을 밝게 표현하고 있음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치매를 앓다 결국엔 의식불명의 상태로 한 달째 온종일 잠만 자는 할머니. 이 할머니를 가족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고 말합니다. 동화 속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날마다 잠만 자다가 결국 왕자님의 입맞춤에 깨어나게 되듯, 할머니의 의식불명의 상태, 날마다 잠만 자는 할머니 역시 그처럼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어느 날 할머니에겐 왕자님이 찾아옵니다. 침대에만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침대를 떠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사실, 이 날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죽음의 날입니다. 하지만, 이런 커다란 슬픔을 도리어 기다리던 왕자님과의 만남, 입맞춤의 설렘의 기쁨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게 멋집니다.

죽음은 슬픔입니다. 견디기 어려운 아픔입니다. 하지만, 왕자님의 입맞춤과 함께 떠났다는 것은 도리어 해피엔딩이죠.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을 이처럼 해피엔딩으로 변화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이 참 멋집니다. 그러한 할머니의 죽음은 행복한 나라로의 여행이 될 것 같아요.

게다가 그림 속 할머니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랍니다. 치매로 고생하신 할머니, 이제는 의식도 불분명한 상태로 누워만 계신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처량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림책 속의 할머니 모습은 언제나 웃는 모습이랍니다. 어쩌면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는 당신을 언제나 웃는 예쁜 얼굴로 기억해 주길 바라겠죠. 아울러 남은 자들 역시 예쁜 얼굴, 웃는 얼굴로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이별이 아닐까요?
할머니의 볼륨감 넘치는 머리칼도 인상적입니다. 날마다 잠만 자는 할머니의 머리칼이라면 눌리고 떡진 모습일 텐데, 마치 뭉게구름처럼 볼륨감 있는 그림이라니 비현실적이지만 그만큼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어쩌면 할머니는 이제 그 머리모양처럼 하늘나라의 뭉게구름이 되어 행복하게 날아다니실 거라 생각됩니다.
이처럼 치매, 질병, 죽음을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이 아닌, 밝고 긍정적인, 오히려 희망의 감정으로 묘사하고 있는 예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