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보다 나이가 많아지는 건 푸르른 숲
리사 그래프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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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그래프란 작가의 소설을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만났다. 이번 책은 그전에 접했던 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이번 책은 오빠보다 나이가 많아지는 건이란 제목의 성장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먹먹했다. 그러던 차 소설의 뒷부분에서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 한참을 울었다. 손수건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결국엔 훌쩍거리다 화장지를 뽑아 킁킁!!! 참 가관이다. 사무실에 홀로 앉아 책을 읽던 터, 보는 눈이 없음에 안심하고 마음껏 울었다.

 

한참을 울고, 왜 울었을까 생각해봤다. 먹먹해서? 아니다. 먹먹함은 소설 전반에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슬픔을 딛고 한 소녀가 일상의 삶을 향해 일어설 준비를 하는 모습이 못내 애처로워서가 아닐까? 소설의 표현처럼 이제 우산을 접을 준비를 하고, 조금씩 접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순간들이 못내 힘겹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힘겨움에도 우산을 접고 이제 앞으로의 날들 가운데 내리쬘 인생의 햇빛을 맞을 준비를 하는 그 모습이 든든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은 감동 한 가득이다.

   

 

먼저, 표지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다. 커다란 우산이 활짝 펼쳐져 있고, 그 뒤편에는 한 아이의 다리가 보인다. 레인부츠를 신고, 드러난 다리엔 반창고가 가득한 아이. 바로 이 아이는 얼마 전 오빠를 잃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오빠. 그 뒤에 남겨진 여자아이와 가정. 남겨진 자들은 죽음 이후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주인공 소녀는 갑자기 앓고 있는 줄도 몰랐던 병으로 세상을 떠난 오빠를 보며, 자신 역시 그러한 일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한다. 그렇다. 표지에서 상징하는 우산은 걱정의 우산이다. 염려의 우산. 그래서 아이는 반창고를 붙여대고, 헬멧을 쓰곤 한다. 자전거를 탈 때뿐 아니라 부모님의 차에 탈 때에도. 그리곤 발목에 붕대를 칭칭 감아 발목이 삘 것을 미리 보호한다. 온갖 질병에 대한 정보가 담긴 두꺼운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혹 닥칠지 모를 질병의 재앙을 경계한다. 그래서 여전히 우산을 펼쳐들고 있다.

 

그러니까 네가 슬퍼하는 것보다 걱정하는 게 쉬워서, 자꾸 걱정만 하는 것 같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래. 어찌 보면 너는 걱정을 우산처럼 보호막으로 쓰는 거야.”(154)

애니, 내 생각엔 이제 네가 우산을 접을 때가 된 것 같아.”(153)

  

  

이토록 오빠의 죽음 이후 한껏 의기소침하여 움츠러들고 자기 방어에 열을 올리는 소녀를 일상으로 되돌리는 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다. ‘귀신 들린 집이라 불러왔던 빈 집에 이사 온 할머니를 통해서, 절친 리베카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서, 악동 더그의 더그 다운 접근을 통해서, 오빠의 절친 토미 오빠와의 오빠 기억 소환을 통해서. 아울러 깨졌던 가정의 일상 역시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게 되고. 이런 과정이 못내 먹먹하면서도 그 먹먹함 속에서 환한 빛이 비춰지는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비를 막기 위해 우산을 펼쳐서 높이 드는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우산을 접는 데는 아주 여러 사람의 힘이 드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아직은 내 우산이 다 접히지 않은 것 같지만, 언젠가 우산을 완전히 내리게 되면 아마도 다시 들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갈 것 같다. 지금 닿는 이 햇빛이 정말 좋으니 말이다.(206)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이들의 모습, 그 안에 담겨진 슬픔, 그 슬픔을 이겨내는 모습, 결국엔 환하게 비춰질 인생의 빛 등을 즐길 준비가 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들길 권한다. 비록 먹먹함에 힘겨울 수도 있지만, 감동 가득한 소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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