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 - 문장과 문장을 잇고 나누는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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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이공계열을 전공한 내가 대학원을 인문계열로 바꾸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글쓰기다(뻔한 핑계라고 치부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이 그랬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가 A4용지 한 장 분량의 첫 과제물을 작성하느라 밤을 샜던 기억도 있다. 그 뒤로 제법 책읽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거의 매일같이 짧은 글이나마 끼적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여전한 글쓰기의 어려움을 이공계열 전공 때문이라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니다. 굳이 핑계를 대본다면, 아니 글쓰기의 어려움을 겪는 원인을 찾아본다면, 학창 시절 제대로 된 글쓰기 수업 한 번 받아본 기억이 없는 교육 탓을 들 수 있을까? 중학생 때였던가, 교과 과목 가운데 창작 수업 비슷한 과목이 있었던 기억은 있다. 교과서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당시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뭔가를 배운 기억은 없다. 그 시간이 되면, 그저 써 봐!” 한 마디가 담당 선생님의 전부였던 기억이다(담당 선생님이 따로 있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어쩌면, 당시 선생님 역시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막막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빛나는 교육의 성과로 인해 우리들은 여전히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하여 교육 탓만 할 순 없다.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실력을 키워나가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름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여러 권 섭렵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 실력은 썩 나아지지 못한 느낌은 왜 일까? 어쩌면, 글쓰기 책들 역시 원론적인 내용들만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 글쓰기 실력 향상에 실제적 도움을 주는 책이 있다. 박찬영의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라는 책이다. 오랜 세월 기자와 편집자로 지낸 경험이 녹아 있는 책이다. 저자의 전작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의 확장된 책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본인은 전작을 읽지 못했기에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읽는 수많은 책들 가운데는 비문이 상당히 많다고 말이다. 비문인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읽고 그러한 문장에 익숙해지다 보니 거기에 익숙한 독자들의 글쓰기에서 비문의 재생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적폐청산만큼 시급한 것이 비문청산이라 주장한다. 비문을 읽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기에 비문청산이 이루어진다면, 그만큼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비문 때문에 책읽기가 힘들어 지고, 비문 때문에 어렵지 않은 내용의 책들이 어려운 책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비문을 청산하는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는 실제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문장과 문장을 잇고 자르는 기술, 비문이 아닌 눈에 확 들어오는 글쓰기 기술 등을 책은 알려준다. 무엇보다 여러 책에 실린 글들을 발취하여, 이 문장들을 어떻게 바꾸면 보다 머리에 쏙 들어오는 문장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저자는 실례를 들어가며 보여준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실, 이 책만큼 실례가 가득한 책도 드물게다. 실례를 읽고 공부하고 익히는 가운데 나도 모르는 사이 글쓰기의 실력이 쑥쑥 성장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물론, 많은 책들, 특히 문학적 글들이 모두 문법에 맞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게다. 때론 의미의 전달보다는 느낌의 전달이나 문학적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의도적으로 비문을 양산할 수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가독성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비결, 그 기술을 익혀나가는 것은 글쓰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언제나 곁에 두고 되새김질 하듯 익혀야 할 책임에 분명하다. 내가 소장한 여러 권의 글쓰기 책들 가운데 앞으로 이 책을 가장 자주 펼쳐보게 될 게다. 글쓰기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기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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