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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김혜남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여겨진다. 나 역시 김혜남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혜남 작가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분의 글들이 참 예쁘고 달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분이 겪고 있는 질병, 그 질병에 무릎 꿇지 않고 여전히 희망과 위로의 글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기에 그렇다.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교수로 활동하였던 저자는 잘 알려진 것처럼 2001년 마흔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어느덧 1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질병과 싸우며, 고통당하고 좌절하면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과 희망, 위로의 글들을 전해주고 있다. 그런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에 책을 찾아 들었다.
아뿔싸! 이번 책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솔직히 처음엔 조금 실망이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에세이다운 에세이를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잔뜩 이었는데, 이 책은 기대하던 내용과는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런 부제가 달려 있다. 「김혜남의 그림편지」라는 부제가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은 작가가 손수 스마트폰을 가지고 그린 그림들을 싣고 있다. 손수 그려 사랑하는 가족에게, 친지들에게 전송해줬던 그림들을 짧은 글들과 함께 싣고 있다. 작가는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을 보면, 서툰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띤다. 마치 어린아이가 삐뚤빼뚤 그린 선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런 그림들을 보다 순간 울컥했다. 오랜 시간동안 파킨슨병을 앓아오던 작가의 힘겨움이 오롯이 느껴지는 듯 했기에.
무엇보다 작가의 ‘삶의 자리’에서 고백되어지는 내용이기에 공허한 울림이 아닌 힘찬 음성으로 설득력 있게 들려지는 내용들이 많다.

슬픔은 우리를 깊은 바다의 심연으로 끌고 들어가
그 안의 많은 보물을 보게 해주고,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과
진정한 기쁨들을 눈뜨게 해 줍니다.(185쪽)
서툴지만, 예쁜 그림들. 여기에 덧붙인 작가의 일상, 눈물과 힘겨움 속에서 흘러나오는 고백들, 일상의 행복 찾기 등을 느낄 수 있는 짧은 글들이 함께 하기에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비록 처음 내가 그렸던 기대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지만 말이다. 책 제목처럼, 오늘을 산다는 것이 우리에겐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며, 행복한 선물인지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예쁜 그림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