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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쓴 편지
박현숙 지음, 허구 그림 / 한림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박현숙 작가의 신작동화 『처음으로 쓴 편지』는 일제강점기 경북 영주지역 무섬마을을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입니다.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무섬마을, 예전엔 외나무다리를 통해서만 왕래할 수 있었던 무섬마을, 과연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순지네 집에서 신세를 지며 살고 있던 공표는 순지와 친남매처럼 지내는 가운데 순지에게 마음을 두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만 순지가 시집을 가버렸습니다. 아직 어린 순지가 집안 형편 때문에 일찍 시집을 간 겁니다. 바로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 불리는 무섬마을로 말입니다.

이에 공표는 몰래 무섬마을로 가서 순지가 잘 살고 있는지 확인을 하곤 합니다. 그러다 순지 신랑을 만나게 되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순지 신랑과 몇몇 청년들에게서 글을 배우기에 이릅니다. 글을 배우지 못해, 아빠가 일본인 정미소 주인의 만행으로 죽임을 당해도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했던 서러움을 겪었던 공표. 글을 몰라 편지를 앞에 두고도 그 내용을 알지 못했던 공표는 이제 무섬마을에서 글을 배우게 되죠.
그렇게 배운 글로 드디어 처음 편지를 쓰게 됩니다. 과연 그 편지는 누구에게 쓰게 될까요? 그리고 그 내용은 무엇일까요?
일제강점기,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긴 채 살아가야만 했던 시대에 글을 모르던 한 소년이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 글을 배우던 그 열정. 그리고 글을 배운 후, 독립을 위해 뭔가를 감행하는 그런 모습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조선 사람이 조선글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본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조선의 정신을 없애려고 하는 것입니다.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입니다. 민족의 정신이 사라지면 우리는 영원히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으로 핍박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조선인의 정신이 살아 있으면 절대 일본에게 이대로 무릎을 꿇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조선인은 살아 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65쪽)

동화는 내내 순지를 향해 품고 있는 공표의 마음이 뭔가 큰일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순지와 공표 모두에게 커다란 위기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동화 속 위기상황은 다른 일로 인해서입니다. 바로 일제강점기 독립을 향한 열망과 이를 용납지 않는 일제, 그리고 같은 동포를 고발하는 친일세력으로 인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위기상황 가운데 우리의 글을 배워 읽고 쓰게 된 공표의 첫 번째 편지가 써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동화는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내려던 일제강점기 뜻있던 분들의 정신을 느끼게 해줍니다. 아울러 글을 배우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한 피곤한 몸으로 먼 길을 달려가 위태로운 외나무다리를 건너던 소년의 열정도 만나게 해주고요.
이 동화를 읽은 후,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동화 속 공표가 건넜던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 다리는 어린 순지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입 하나 줄이기 위해 시집가던 먹먹한 길이기도 하고. 공표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건너던 다리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순지 신랑이 빼앗긴 조국을 되찾는 일에 결연한 마음으로 건너던 다리이기도 하며, 동포를 팔아먹으려는 친일세력의 야비한 발자국이 찍힌 다리이기도 합니다.
난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그곳을 건너게 될지,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앞에 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