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광인의 이야기 - 칼릴 지브란이 들려주는 우화와 시
칼릴 지브란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그 안에 나오는 당시의 문화코드가 다시 주목을 받곤 한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과 만옥의 커피숍 데이트 장면에 등장하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서울: 진선출판사, 1988)란 책이다.

 

갓 대학에 들어가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서간집을 시류에 맞게(?) 들고 다니며 읽던 기억이 있다. 뿐 아니라 예언자, 모래 물거품까지 읽으며, 나름 칼린 지브란의 책 좀 읽었네 생각하던 시절이 말이다. 그 당시 책들이 초판본 그대로 재출간되어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그렇게 출간된 책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이 책 어느 광인의 이야기. 왠지 이 책은 기억에 있는 듯 없는 듯 한 걸 보면, 아마도 안 읽었나 보다. 그래서 추억에 대한 아련함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을 안고 이 책 어느 광인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1918년 출간되었던 칼릴 지브란의 어느 광인의 이야기는 칼릴 지브란의 첫 번째 책은 아니지만, 영어로 출간된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칼릴 지브란이 들려주는 아이러니를 우화시에 담아 노래하고 있다.

 

아이러니라 할 수밖에 없는 게 화자는 광인이 됨으로 자유함을 누리게 된다. 미치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는 화자의 고백부터 아이러니 아닌가. 이렇게 아이러니로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우리 삶이 이처럼 아이러니로 가득하기 때문이 아닐까.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 본질을 벗어나 비본질을 도리어 더 중요시하며 좇아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일 게다.

 

광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유함을 누리게 된다는 이러한 우화야말로 어쩌면 오늘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광인이 되지 않고서는 쉽게 견뎌내지 못할 만큼 미친, 또는 미쳐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책에 실린 34편의 우화시들도 모두 하나하나 좋지만,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역자 권루시안이 소개하는 칼릴 지브란의 삶과 죽음도 참 좋다. 이 글을 통해 칼릴 지브란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날 즈음 시대적 상황이 어떠했는지(오스만 제국에 의한 마론파 교도 학살 사건이 1860년에 일어남. 칼릴 지브란의 부모님들은 모두 기독교의 한 지류인 동방교회 마론파 신앙적 배경을 갖고 있다. 학살과 이로 인한 피난이 칼릴 지브란이 태어나기 전의 삶의 자리다.). 칼릴 지브란의 어린 시절은 또 얼마나 가난한 삶이었는지. 그런 가운데 칼릴 지브란은 어머니를 통해 어떤 신앙적 영향을 받았는지. 이민생활은 얼마나 힘겹고 어려웠는지. 그런 삶의 밑바닥에서 칼릴 지브란은 어떻게 배움과 예술을 향한 열정을 쏟았는지. 이러한 것들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역시 좋은 글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힘을 갖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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