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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들만이 누릴 특권이자 행복이다. 제인 하퍼 라는 작가의 『드라이』 역시 이런 기쁨이 가득한 책이다. 특히,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늦여름의 더위를 잊게 할 만큼 행복한 책읽기의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제법 두툼한 분량의 소설이 한 홉에 읽힐 만큼 흡입력이 대단하다.
소설의 첫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다.
농장에서 죽음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닐 터였고, 검정파리들은 차별하지 않았다. 파리들에게 동물이든 사람이든 시체라면 별 차이가 없다.(10쪽)
하지만, 어찌 죽음에 차이를 둘 수 없을까? 검정파리들에게는 한 가정의 죽음이 객관화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사랑하는 가족이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 사건이라면 그 죽음을 결코 객관화 하여 바라볼 수 없을 게 분명하다.
한 시골 마을에 극심한 가뭄이 2년간 계속되자, 그 지방은 황폐화되어가며 삶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한다. 특히, 오랜 시간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가뭄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아니 사형선고보다 더 힘겹다.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고통의 시간들이니 말이다.
그런 가운데 한 가정에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루크라는 젊은 농장주가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끔찍하게 죽이고 자신 역시 트럭에서 자살했던 것. 이런 끔찍한 죽음조차 검정파리들에게는 또 하나의 죽음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그 남은 가족들에게는 이 사건, 이 죽음들은 결코 객관화될 수 없다.
이에 루크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일 싹수가 있던 녀석이었는지. 아님 이 사건에 어떤 감춰진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내기 위해, 루크의 절친이자 현직 경찰인 에린 포크에 편지를 보내, 포크를 고향으로 부른다.
한편 에린 포크는 고향에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고향은 자신에겐 끔찍한 누명과 상처만 안긴 곳이기에. 하지만, 고향 친구의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 한 통에 포크는 고향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그 편지에는 포크의 거짓말을 알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는 바로 20년 전에 있었던 엄청난 사건을 가리킨다. 포크와 루크의 친한 친구였던 소녀 엘리 디컨이 끔찍한 죽음(자살로 결론 났지만.)으로 마을이 뒤집힌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사건의 용의자가 포크였던 것. 당시, 포크는 절친 루크의 거짓 증언 덕에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풀려났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이들의 거짓말을 루크의 아버지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20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또한 20년 후에 벌어진 또 하나의 끔찍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드러난 것처럼 루크의 범행과 자살일까? 그리고 20년 전의 거짓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감춰진 것일까?
소설은 20년 전의 끔찍한 사건과 20년 후 엄청난 가뭄 가운데 벌어진 일가족의 끔찍한 사건을 추리하며,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간다. 과연 두 사건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루크 일가족의 끔찍한 사건은 그저 무자비한 남편(아비)의 만행과 자살이 진실일까? 아님 그 이면에 다른 범인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이런 진실을 파헤치는 포크, 그리고 그 지역 경찰인 라커. 이 둘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끊임없이 의심스러운 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한눈 팔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품의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반전인 범인의 정체는 터무니없는 인물이면서, 나름 확실한 이유가 있기에 더욱 재미나다.
제인 하퍼, 참 좋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