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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표범 - 야생에서 끌려온 어느 표범 이야기
강무홍 지음, 오승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7월
평점 :
요즘은 잘 사용하진 않지만, 예전엔 “창경원의 원숭이 같다.”란 말을 종종 사용하곤 했습니다. ‘우리 완전 창경원의 원숭이 됐다.’ ‘우리가 무슨 창경원의 원숭이냐?’란 식의 말들 말입니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이해되지 않을 그런 말일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창경원이 있었습니다. 물론, 일제의 만행에 의해 벌어진 일이지만, 독립 후 40년 가까이 창경원은 그대로 유지가 되었죠. 어린 시절, 일본의 만행에 대해선 생각지 못하고, 창경원은 당연히 동물원으로 알고 있었답니다. 창경궁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죠. 그렇기에 시골아이에겐 창경원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답니다. 지금도 창경원에 갔던 그 흥분되던 기억은 조각조각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답니다.

그림책 『새끼 표범』은 바로 이런 창경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아직 우리 민족이 일제강정기의 아픔 가운데 신음하던 시기, 야생에서 붙잡혀 온 새끼 표범 한 마리가 창경원에서 맞게 되는 최후를 책은 들려줍니다.
인간의 헛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동물원에 붙잡혀 온 새끼 표범 한 마리. 어미 곁을 떠난 새끼 표범이 겪었을 그 아픔의 시간들을 책은 이야기합니다. 뿐 아니라, 일본이 패색이 짙어지자, 식량 부족의 이유와 굶주린 맹수들이 우리를 뛰쳐나와 사람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일제 조선총독부가 명령한 창경원 동물들의 총살과 독살의 야만적 폭력을 책은 보여줍니다.

책을 통해, 우리 한반도에도 표범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답니다. 우리 산하에서 표범이 뛰어놀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자연이 망가진 이면엔 우리 인간들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겠죠. 물론, 시대적 상황도 고려해야겠죠. 조선인의 생명과 재산을 맹수로부터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민족혼, 조선의 정기를 말살하려는 일제의 맹수말살작전에 의한 거겠죠. 조선의 호랑이보다 더 많은 수의 표범이 살고 있었고, 일제의 맹수말살작전에 의해 목숨을 잃어갔다고 합니다. 600여 마리의 표범이 사냥당하여 죽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속의 표범은 그렇게 말살되는 가운데 포획된 새끼 표범으로 한국의 마지막 표범으로 알려진 표범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당시 창경원에서 유일한 한국 표범이었던 책 속 주인공이 끝내 죽음을 맞게 되는 이야기는 인간의 독선과 만용,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무런 죄가 없던 새끼 표범이 어미와 헤어져 홀로 겪어냈을 그 슬픈 시간들. 야생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짐승이 좁은 우리에 갇혀 보내야만했던 갑갑하던 시간들. 단지 구경거리로 전락해야만 했던 새끼 표범의 안타까운 시간들. 이 땅의 수많은 동물들이 죽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간들. 이런 시간들을 『새끼 표범』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인간의 부끄러운 민낯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아울러 보게 해주는 좋은 그림책입니다. 유아 대상이라기보다는 초등학생 대상으로 읽히면 좋을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