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로드 - 마르틴 루터의 500년 유산, 종교개혁의 길을 걷다
구영철 지음 / CBS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점차 신앙의 유적지들을 순례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기독교 성지 순례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스라엘 뿐 이었다면, 요즘은 그 범위가 넓어졌다. 국내 기독교 유적지 순례도 제법 자리를 잡았고, 국외 역시 다양한 루트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루터와 연관된 종교개혁 순례코스가 아닐까 싶다.

 

특히,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 이다. 타락한 종교를 보며,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 반박조항을 내걸은 이후 기독교는 종교개혁의 기치를 세우며 건강한 신앙을 세워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 결과 개신교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지금 개신교는 건강한 신앙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이미 곳곳에서 타락의 징후가 보이는 것이 현 개신교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때, 500년 전 루터의 흔적들을 더듬어 가며, 다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바로잡는 기회로 삼는다면 어떨까?

 

여기 루터의 흔적들을 더듬은 작업이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 구영철의 루터 로드란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독일에서 공부하고 목회하던 17년 남짓의 기간 동안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느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독일 74개 도시와 180여 장소에서 찾아내는 루터의 흔적들. 가히 그 흔적의 방대함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그 장소의 방대한 숫자만큼 참 다양한 루터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루터의 탄생과 죽음이 서려있는 도시를 만나기도 하고. 어느 도시에서는 빵을 벌기 위해 이집 저집 다니며 노래를 부르던 청소년기의 루터를 만나기도 한다. 책을 통해, 청년의 루터가 공부하던 대학로를 함께 걷기도 하고. 또한 함께 걷던 친구가 벼락을 맞았던 위급한 체험의 순간을 함께 느껴보기도 한다. 성경을 번역하던 작은 방을 들여다보게도 되고. 쯔빙글리와 성만찬 논쟁을 벌였던 장소를 거닐게 되기도 한다.

 

루터와 연관된 장소들 뿐 아니라, 루터와는 다른 길을 걸었던 종교개혁자 토마스 뮌처의 도시들을 만나기도 한다(토마스 뮌처는 농민 혁명 종교개혁가로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또한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와 연관된 도시들, 장소들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루터와 연관된 거의 모든 도시를 직접 탐방하고 이렇게 소개하는 저자의 그 열정과 노고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루터와 연관된 거의 모든 도시를 망라하고 있다 여겨진다. 이러한 수많은 도시들의 루터 유적을 통해, 루터가 독일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인물인지 알게도 된다.

 

물론, 저자는 루터에 대한 찬양 일색으로만 일관하지는 않는다. 루터의 결정적 흠인 유대인과 농민들에 대한 잘못된 관점 역시 언급함으로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함을 느낄 수도 있다.

 

신앙인들이 신앙의 유적지들을 이유는 다름 아닌 역사적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서이다. 단순히 돌멩이나 건물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돌멩이를 통해 그 안에 담겨진 것들을 느끼고, 지금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장차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기 위함일 게다. 그렇기에 기독교 유적지 탐방에는 볼거리이야기 거리라는 두 가지 측면이 충족되어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방대한 장소를 통해 루터의 흔적을 거의 빠뜨림 없이 전해준다는 측면에서는 너무너무 고맙다. 그럼에도 단순히 그 도시는 어떤 도시라는 소개에서 그치는 장소 역시 적지 않다. 그 속에 담겨진 살아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물론 이야기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 이야기가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종교개혁과 연관된 다양한 유적지들을 통한 볼거리 제공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아마도 너무 많은 장소를 독자들에게 전해주려는 열정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루터에 대한 거의 모든 흔적을 전해주려 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장소를 과감히 생략해버리고, 신앙의 감동과 도전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을 위주로 전하며, 살아 있는 이야기들과 더 생생한 사진들을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루터의 흔적들에 대한 방대한 장소의 소개는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루터 탐방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가치 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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