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펜 책이 좋아 3단계 15
사와이 미호 지음, 전혜원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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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등골이 오싹한 공포영화를 본다던지, 호러 장르의 소설을 읽으면 그 으스스함에 잠시 무더위를 잊을 수 있게 마련입니다. 여기 어린이들을 위한 호러동화가 있습니다.

 

일본작가 사와이 미호의 장편동화 빨간 펜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제16회 주덴 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선 도시괴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빨간 펜이 도시를 돌아다닙니다. 이 빨간 펜을 주우면 그 펜이 손에 저절로 붙어 억지로 글을 쓴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 빨간 펜은 주인의 피를 빨아먹으며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 나간다고 합니다. 이런 근거 없는 괴담을 생산해내고 전하면서 사람들은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 속에 불안과 공포라는 파도를 만들어 냅니다. 우린 살아가며 이런 수많은 괴담에 노출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근거 없는 괴담일까요? 동화 빨간 펜에 등장하는 빨간 펜은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펜임에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이 펜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갑니다. 분실과 습득이란 패턴을 통해 빨간 펜은 특정 인물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곤 그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처럼 무의식적인 상황에서 펜은 그 사람의 손을 빌어 글을 써 남겨놓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면, 밀실인 공간 안에 누군가 편지를 놓고 간다던지 하는 형상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도 다녀간 것이 아닙니다. 그건 바로 빨간 펜이 그 사람의 손을 빌어 쓴 글입니다.

 

이런 부분이 바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러한 으스스한 괴기스러운 힘을 가진 빨간 펜을 한 초등학생이 조사하며 좇습니다. 바로 나쓰노라는 소녀인데, 이 소녀는 소심한 성격의 소녀이지만, ‘빨간 펜에 대한 괴담들을 추적하며 빨간 펜의 실체에 대해 조금씩 접근해 나갑니다. 과연 빨간 펜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괴담을 주제로 하고 있는 장편동화 빨간 펜은 장르가 호러입니다. 실제 처음 읽어나가는 동안 뭔가 으스스하고 오싹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괴담을 좇아가는 가운데 빨간 펜은 단순한 상상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닌 실체를 가진 실상임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이 펜은 이성적으로 설명하 룻 없는 특별한 힘이 있는 물건임에 분명합니다. 괴담의 대상에 걸맞는 힘이 가진 물건입니다. 바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글을 남기는 힘 말입니다.

  

  

하지만, 이 펜은 그 힘으로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괴물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펜은 글을 통해, 사람들의 고민, 잊었던 상처(회복되어야 할), 추억 등을 떠올리게 하고, 종국엔 화해와 회복을 이끌어 냅니다. 그렇기에 동화는 무섭지 않고, 오히려 따스합니다. 괴담 안에 담겨진 건 사실 잔잔한 감동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동화 빨간 펜이 갖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동화를 읽다보면, ‘괴담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도 합니다. 아울러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컨텍스트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전해지는 과정. 또한 이야기자체가 갖는 힘에 대해서도요.

 

빨간 색은 모든 인류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는 색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바로 핏빛이니까요. 그래서 빨간 색은 터부시되던 색깔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엔 빨간 색으로는 이름을 써선 안 된다고 배웠으니까요. 바로 이런 특별한 힘을 가진 것처럼 여겨지는 색, 빨간 색. 바로 그런 빨간 펜을 통해 써지는 낯선 문장들, 이야기들은 오히려 그 사람의 해결해 주는 힘이 됩니다. 그리곤 진짜 멋진 이야기들을 각자의 삶 속에서 써가도록 도와주고요. 이런 멋진 힘과 능력을 가진 빨간 펜하나 실제 가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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