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폴1. 천사도 인간도 아닌

하늘에서 떨어진 폴 1 - 천사도 인간도 아닌
남지은 지음, 김인호 그림 / 홍익 / 2017년 6월

폴은 천사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믹스종이다. 이를 만화에선 넵퍼라 부른다. 넵퍼는 천사와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금세 피곤해진다. 그러니 실상 능력의 차이가 엄청나게 있는 셈이다.

이러한 넵퍼인 폴은 천상에서 잘못하고 징벌을 받아 지상으로 떨어졌다.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려면 지상에서 악의 무리들과 싸워 인간의 맑은 영혼을 지켜내야만 한다. 악의 무리들은 사람들의 못된 생각을 끄집어내서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런 현장에서 폴은 악의 무리들과 싸워 무찔러야만 한다. 이렇게 싸움에서 이기면 쿠폰북에 도장을 찍게 되는데, 과연 폴은 쿠폰북을 모두 채워 천상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천상의 존재가 잘못을 저지르고 인간계로 추방되어 이곳에서 미션을 완수해야 다시 천상으로 올라간다는 설정은 조금은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식상함을 딛고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다.

첫째, 천상계 존재와 인간 간의 로맨스가 그것이다(사실 이런 설정 역시 식상한 것이 사실이지만, 흥미로운 것 역시 사실이다.). 1권에서 폴은 자신을 볼 수 있는 인간 서희를 만나게 된다. 폴은 지상에서 활동을 하지만, 그 활동은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영혼을 피폐하게 하려는 악의 무리들도, 그들과 싸우는 폴 역시 모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폴이 악의 무리들과 다투다 소멸 직전까지 이르렀다. 아무도 폴을 볼 수 없기에 당연히도 도움을 줄 수 없다. 폴은 조금씩 소멸되어 가는 절체절명의 순간, 놀랍게도 서희라는 여인이 피투성이가 된 폴을 발견하고 돕게 된다. 과연 서희는 어떻게 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둘은 서로를 볼 수 있는 운명의 짝인 걸까? 이러한 폴과 서희 간에 움트게 될 로맨스가 기대감을 품게 한다.

또 하나, 폴은 천상계 존재이지만, 악의 무리들과의 싸움에서 소멸될 수 있다. 이런 한계의 설정이 조마조마함을 느끼게 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불어 넣는다. 천상의 존재라고 해서 폴은 안전하지만은 않다. 그 역시 소멸의 위험 아래에서 미션을 수행해야만 한다.

어쩌면, 폴은 인간도 천사도 아닌 넵퍼(믹스종)이기 때문에 이런 한계가 있는 걸까? 사실, 폴의 반항기는 어디에서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기 때문 아닐까? 천사도 인간도 아닌 믹스종 넵퍼인 폴, 그의 얼굴은 악의 무리와의 싸움에서 상처가 늘어가기만 한다. 하지만, 그런 상처를 낳게 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상처에 바르는 연고. 특별한 연고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연고든 바르면 거짓말처럼 상처는 깨끗해진다. 어쩌면, 이 연고에 이 웹툰 『하늘에서 떨어진 폴』의 마법이 담겨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누군가의 상처에 발라줄 연고, 우리 역시 이런 연고 하나쯤 간직하고 살아가면 어떨까? 내 곁에 힘겨워하고 상처 난 이들에게 살며시 발라줄 신비한 연고 하나 말이다.

아무튼 다음 이야기도 기대감을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