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땅
지피 글.그림, 이현경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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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땅이란 제목의 만화를 만났다. 하드커버의 묵직한 포스를 풍기는 외양. 그 안에서 만나게 될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은 만화임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먼저, 이런 책 소개가 눈에 들어온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이자 만화가 최초로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인 <스트레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현존하는 이탈리아 최고의 카툰 아티스트 지피(Gipi)의 최신작

 

돼지 목에 진주다. 위에서 말하는 상들이 뭔지 잘 모르니 체감되는 바가 크지 않다. 단지 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다니, 객관적 판단 기준으로 인정된 작품이구나 싶은 정도. 그런데, 자세히 문구를 들여다보니, 이 책 아들의 땅이 그러한 수상을 하거나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말이 아니라, 그러한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의 최신작이란 의미인가 보다.^^

 

아무튼 좋은 작품을 만나리란 기대감과 설렘을 품고 책장을 펼쳐든다.

 

만화는 세상의 종말 이후의 야만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세상은 종말을 맞았다. 문명이 파괴되어지고, 몇몇 살아남은 자들의 본능만이 꿈틀거리는 시대에 한 아버지와 두 아들이 있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어쩌면 글이 필요치 않은 야만의 시대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노트에 글을 적어나간다. 아들들은 그 노트에 적힌 글이 언제나 궁금하다. 그래서 아들들은 글을 모르지만, 글에 집착한다. 아니, 글을 아는 이들에게 집착한다 해야 할까?

 

이런 글을 향한 집착이 어쩐지 세상의 종말을 다시 세워나감에 글(문명)이 구원의 빛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결론은 아니다. 아버지가 끊임없이 글을 기록해나감에도 아들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은 것 역시, 종말 이후의 야만의 삶에서 구원의 빛은 글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아들들이 글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우길 원한다. 바로 야만의 삶, 야생의 세상 속에서 살아남게 하는 것들, 즉 생존의 방식들을 말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때론 폭군처럼 다가가기도 하지만, 어쩜 이것 역시 아들들을 향한 아버지 방식의 사랑이다.

 

물론, 여전히 아들들은 아버지의 노트에 적힌 내용이 궁금하다.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글을 아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이로 인해 때론 오해도 하고, 때론 곤경에 처하기도 하는데. 과연 아들들은 아버지의 노트를 통해 어쩐 진리에 접근하게 될까?

 

만화의 배경이 되는 삶의 자리가 야만의 자리이기에 만화 속 장면 가운데는 끔찍한 장면들이 등장하곤 한다. 특히, 오늘 우리의 윤리적 기준으로 문제적 행동들을 아들들은 끊임없이 보인다. 하지만, 아들들이 서 있는 삶의 자리는 야만의 시대임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아들들은 그저 야만의 시대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그칠까? 그렇지 않다. 만화는 이런 야만의 시대에서 아들들이 어떻게 성장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진정한 생존의 기술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함께 관계하는 가운데 서로를 돕고 의지하는 화합의 모습이기도. 물론 여전히 아들들은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어렴풋 깨닫는다. 아버지가 자신들에게 품었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그리고 오늘 우리의 땅에서 우리 역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랑과 돌봄의 정신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 우리의 땅에 수놓아질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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