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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평점 :
우리나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일본 작가들 가운데 오쿠다 히데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아마도 오쿠다 히데오 마니아층 역시 상당할 게다. 물론 난 마니아라고 하긴 부족하다. 그렇지만, 『공중그네』 시리즈로부터 시작하여, 『남쪽으로 튀어』, 『한밤중에 행진』, 요 근래 작품 『나오미와 가나코』 등 10여 권의 책을 읽어봤으니, 오쿠다 히데오를 사랑하는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 말할 수는 있겠다.
유쾌한 문체와 흥미로운 내용의 작품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 그리고 서스펜스까지 다양한 느낌의 작품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오쿠다 히데오의 『우리 집 문제』란 제목의 단편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오 해피 데이』의 후속작품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난 『오 해피 데이』는 읽질 못해 어떤 느낌인지 몰르지만, 이 책 『우리 집 문제』는 그동안 읽어왔던 작가의 작품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유쾌한 느낌이 어느 정도는 녹아 있지만(어쩌면 이 역시 선입견에 의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유쾌함보다는 여느 가정에든 경험할 법한 그런 문제들을 여섯 편의 단편에서 만나게 된다. 잔잔함 가운데 먹먹함이 있고, 또한 아픔 가운데 감동이 서려 있다.
오랫동안 혼자 생활에 익숙하던 젊은 남성이 결혼하여 겪게 되는 혼란을 그려내고 있는 「달콤한 생활?」.
명문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그동안 유능하게 여겼지만, 회사에서 무능한 직원 대접을 받음을 우연히 알게 됨으로 남편을 걱정하고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며 작은 것부터 애쓰는 아내의 이야기인 「허즈번드」.
화목한 가정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부모님이 이혼을 앞두고 있음을 알게 된 여고생의 고민을 그려낸 「에리의 4월」.
회사에서의 격무로 시달리다 결국 정신적인 이상이 생겨 어느 날 갑자기 UFO를 봤다며 UFO에 빠져 버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을 재미나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남편과 UFO」.
일본 열도 끝과 끝에 본가와 처가를 둔 신혼부부의 힘든 첫 휴가 여정을 그려내고 있는 「귀성」.
베스트셀러 작가의 아내가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작가의 이야기 「아내와 마라톤」.
이러한 여섯 편의 단편은 독자들에게 모든 가정은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가정에도 위기는 찾아온다. 더 힘겨운 것은 가족문제에는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힘겹다. 그럼에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가족이기에, 힘겨워하면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갈등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작가는 이런 점들을 에둘러 잔잔하게 이야기 한다.
이 소설집을 통해, 일본의 가정을 우린 엿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사소한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의 삶이 곧 우리네 삶이라는 점이다. 우리 역시 겪고 있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아픔과 상처. 이러한 아련함을 작품들을 통해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아련함은 글을 읽어가는 사이 어느 샌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잔잔한 감동이 차지하게 됨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공력이 아닐까 싶다. 때론 잔뜩 긴장하고 조마조마하게 읽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걱정이 언젠가 사라지고 은근한 감동이 자리를 대신한다.
우리의 삶이란 게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당장은 견딜 수 없는 고민과 갈등, 위기가 우릴 힘겹게 하지만, 인생의 길을 걷는 가운데 시나브로 이런 장애물들이 해결되고, 되려 삶이 허락하는 행복과 즐거움, 감동이 우리네 인생에 가득하게 된다면 말이다. 어쩌면, 이 책 『우리 집 문제』는 바로 이런 바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소설집 『우리 집 문제』을 읽는 가운데 우리네 가정에 있는 문제들이 시나브로 해결되고 사라지는 신비와 축복이 가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