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 달고나 만화방
문보경 지음, 이응우 그림 / 사계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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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달고나 만화방>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너의 목소리는 통제된 사회, 통제되고 획일화된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만화 속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교육을 받습니다. 이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기억을 상실한 채, 당국이 옳다 여겨지는 교육만을 주입받습니다. 각기 자신의 소리가 없습니다. 만화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모두 입이 없습니다.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없는 아이들. 물론 만화 속에서 아이들은 입은 없지만 특별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사소통이란 것 역시 자신의 진짜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에게 진짜 자신의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일괄적으로 강요되어지고 주입되어진 생각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게다가 각자의 이름도 없습니다. 그저 번호로 분류되고 불릴 뿐입니다. 이렇게 통제를 하면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들을 교육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교육, 이런 시도가 만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통제된 교육이 효과적이라 믿는 이들이 현실 속에서도 많다는 점이 문제 아닐까요? 만화는 바로 그런 시도, 그런 접근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연 만화 속 아이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과연 아이들은 잃었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기억을 되찾음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만화 속에서도 언급되는 바벨탑사건은 성경에 나오는 사건입니다. 말이 하나여서 신과 같아지려는 교만한 행동을 했다는 사건. 그래서 그 벌로 말이 흩어졌다는 사건입니다.

 

이처럼 바벨탑 사건에서 말이 흩어지게 된 것을 재앙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말이 다양해지는 것은 벌이 아닌 축복입니다. 왜냐하면, 말이 하나인 것이야말로 재앙이거든요.

 

바벨탑을 그린 많은 명화 속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등장하곤 합니다. 지배자는 하나의 소리를 내죠. 그건 탑을 건설하고, 자신들의 문명을 쌓아가자는 겁니다. 피지배자는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약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언어만 존재하는 겁니다. 자신의 생각을 낼 수 없고, 그저 강자들, 지배자들의 논리와 언어에 따라 자신들의 노동력을 착취당합니다. 그러니, 언어를 흩어, 다양한 언어를 만든 것은 재앙이 아닌 축복입니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너의 목소리는 이처럼 자신의 생각, 자신의 목소리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 부모 역시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아이들의 목소리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정 속에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길지 않은 만화이지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이 가득한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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