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잘린 생쥐 신나는 책읽기 25
권영품 지음, 이광익 그림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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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품 작가의 꼬리 잘린 생쥐는 제14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원고 공모 창작 부분 대상 수상작입니다(2009, 저학년).

 

주인공 빠른발은 이름 그대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생쥐입니다. 빠른발은 고양이에게 쫓기다 그만 꼬리를 잘린 관계로 고양이라면 지긋지긋하여 고양이가 없는 곳을 찾아 안전하다는 학교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 학교란 곳은 잘난쥐못난쥐로 나뉘어 반목하는 곳입니다. ‘잘난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못난쥐들을 눅눅하고 칙칙한 화장실에서만 살도록 만듭니다. 빠른발은 잘난쥐들의 보초 쥐들에게 막히지만, 그들 몰래 한 교실에 들어가 그곳에서 살게 됩니다.

 

게다가 꼬리가 잘린 덕분에 아이들은 빠른발을 생쥐가 아닌 햄스터로 착각하고는 교실에서 기르길 원합니다. 이렇게 교실에서 햄스터로 살게 된 빠른발. 하지만, 빠른발의 생활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잘난쥐들의 횡포 때문입니다. 과연 빠른발은 학교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동화 속 자칭 잘난쥐들의 하는 모습이 참 가관입니다. 아마도 진짜 못난쥐가 있다면 바로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패거리를 만들어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법을 만들고, 자신들의 힘을 이용하여 자기네들만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려 하는 모습. 이들 잘난쥐의 모습은 어쩌면 이 땅의 가진 자들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진 않을까요?

 

동화 속에서 못난쥐들 역시 오늘 우리의 약자들의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못난쥐들은 자신들을 내쫓으려는 잘난쥐들의 계획을 알고 회의를 엽니다. 이 회의에서 이런 말들을 주고받습니다.

 

- 잘난쥐들에게 뇌물을 쓰자.

- 잘난쥐들이 잡길 원하는 빠른발을 잡아 넘기자.

- 조용히 다른 곳으로 나가자.

- 힘을 합쳐 싸우자.

 

마땅히 힘을 합쳐 싸우자는 의견에 많이 동의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잘난쥐들과 싸울 수 있으리란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못난쥐가운데 하나인 회색쥐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친구가 되어 준 빠른발과 함께 잘난쥐들과 싸우려 합니다.

 

나는 학교에서 살려면 잘난 쥐와 못난 쥐로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지금껏 내가 못난 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지. 그런데 빠른발을 만나고 나서 못난 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역시 난 못난 쥐야. 용기 없고 피하려고만 하지. 이제 더는 못난 쥐가 되고 싶지 않아. 누가 뭐래도 난 빠른발과 함께 싸울 거야. 누구든 나와 함께 하고 싶으면 오늘밤 교실로 와.(98)

 

힘이 없다고 언제나 소외되고 착취당하고 멸시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회색쥐의 모습은 결코 그가 못난 쥐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조금 부족하고, 조금 약하고, 조금 뒤떨어진다 할지라도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음도 알게 해줍니다.

 

뿐 아니라, ‘잘난쥐못난쥐로 나눠놓고 그들을 분리하는 공간이 다름 아닌 학교라는 점 역시 동화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풍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고 가르쳐야 할 공간, 모두가 동일하게 기회를 얻어야 할 배움의 공간에서부터 이런 분리와 차별이 존재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꼬집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한 꼬리가 잘려 뭔가 부족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당당히 살아가는 빠른발의 모습은 오늘 우리 어린이들에게 당당함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너도 보초 쥐들이랑 똑같이 말하는구나. 너희 학교 쥐들은 왜 자꾸 잘난 쥐, 못난 쥐 따지는지 모르겠다. 난 그냥 빠른발인걸. 꼬리가 잘린 것뿐이라고.(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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