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코리아 - 청년백수, 비혼, 출산거부 등 어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보고서
권기둥 지음 / 길벗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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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청년들이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했다는 말이 더 이상 특별하게 들리지 않은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임에도 언젠가부터 마치 당연한 현상으로 인식되어져 버렸다. 그런데, 정말 이게 당연한 걸까? 이런 게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

 

왜 우린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들에 대해 언젠가부터 당연한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 걸까? 이젠 헬조선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 말할까.

 

헬조선25-35세대를 설명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세상을 향해 희망찬 첫걸음을 떼어야 할 청춘들이 온통 암울한 것들만을 떠안고 출발해야 하는 시대. 열정페이라는 명목으로 죽을 만큼 일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함을 고마워해야만 하는 시대. 내 집 마련은 진즉 포기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민달팽이세대’.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연애도, 결혼도 포기해야만 하는 시대.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도 이젠 희망마저 포기하길 강요당하는 시대. 이런 시대를 오늘도 묵묵히 견뎌내야만 하는 청춘들의 힘겨움이 안타깝다.

 

우린 안타깝지만 이런 헬조선을 살고 있다. 저자 권기둥의 블랙 코리아란 제목의 책은 바로 이러한 시대를 진단하고 있다. 책 제목에서부터 이 책이 말하고자 함이 전해진다. 책엔 청년백수, 비혼, 출산거부 등 어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보고서란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은 이 시대의 25-35세대의 암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두가 다 대학을 가기 때문에 대학을 나와도 경쟁력이 사라져 버린 시대. 그럼에도 대학을 가지 않을 수 없어 가야만 하는 청춘들. 하지만,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공부하는 만큼 빚을 떠안고 출발해야만 하는 청춘들. 왜 이들이 결혼을 거부하며 나 혼자사는지. 이들의 혼자됨은 결코 낭만도 아니고, 멋진 싱글 라이프를 꿈꾸며 선택한 것이 아님을 말이다(물론, 여건이 됨에도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도 있겠지만, 책에서 다루는 건 그런 경우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싱글 라이프로 내몰려야만 하는 청춘들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은 왜 요즘 젊은이들은 출산율이 낮은 지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저 출산율을 말하기에 앞서 왜 청춘들이 결혼을 늦게 하고, 왜 아이를 적게 낳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저 출산율보다 더 심각한 것, 근본적 원인은 결혼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결혼률이 낮아지는 가장 주된 이유는 바로 돈이라는 것.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떠안은 빚으로 인해 자립경제가 되지 못하는 청춘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대학등록금문제, 청년실업, 비혼, 출산거부 등 여러 가지 25-35세대가 직면한 문제들을 진단한다. 대체로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 문제들을 진단하며, 암울한 현실들을 풀어놓는다.

 

물론, 저자는 절망을 느끼도록 이런 암울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찾기 위해 이야기를 계속한다고 말한다. 그러며 실제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해법을 찾아내야할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아울러 저자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요즘 청춘들의 아픔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자녀들, 우리 동생들, 우리 청춘들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의 길을 걷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힘겨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들을 향해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본다.

 

이 책 한 권이 어둠의 늪에 빠져 허덕일 25-35세대들의 삶을 바꾸진 못할 게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기성세대들이 25-35세대를 향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단초가 된다면 좋겠다(물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으로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헬조선이란 단어가 그저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들딸들, 우리 동생들이 더 이상 헬조선’, ‘블랙 코리아에서 신음하기보다는, 모두 기쁨으로 수고하고, 수고한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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