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사 1 - 기억을 지우는 사람 아르테 미스터리 10
오리가미 교야 지음, 서혜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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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억 속에 마음대로 침입하여 그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의 존재, 그 사람의 능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될까, 아님 저주가 될까?

 

뭔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상처, 결코 치유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깊은 상처의 기억이라면, 이런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분명 축복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지워진 기억으로 인해, 누군가 그 사람을 향해 좋은 감정을 품고 있던 그 사람의 기억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면. 기억을 잃은 사람의 입장에서야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털어버렸으니 축복일 수 있겠지만. 그 일로 인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특히 그 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자신이 사라져 버린 대상에겐 분명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존재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오리가미 교야의 기억술사1: 기억을 지우는 사람은 바로 이런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전설. 그리고 실제 그런 존재의 현현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1권 한권만으로도 독립적인 이야기를 이루고 있어, 반드시 이어서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대학생 료이치는 도시전설 속 괴인인 기억술사라는 존재가 현실 속에 실재하는 존재임을 언젠가부터 깨닫기 시작한다. 자신과는 친 오누이처럼 지내는 이웃 동생 마키가 예전에 마치 전설 속 존재인 기억술사를 만난 것처럼 어느 한 기억만을 감쪽같이 잊어버렸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시 기억술사가 료이치 주변에서 활동한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료이치가 대학에서 만나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선배 교코는 그녀만의 상처가 있다. 뭔가 지우고 싶은 깊은 상처. 그 일로 인해 밤에 혼자 다니는 것에 극도의 공포감을 갖고 있는 교코. 료이치는 교코를 도와 이런 공포를 극복하게 하려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코가 달라졌다. 밤에 다니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 심지어 본인은 자신이 그런 공포를 갖고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뿐 아니라 교코는 료이치를 잊어버렸다. 교코가 밤의 공포증을 떨군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자신과의 좋았던 기억들마저 다 잊었다. 이에 료이치는 기억술사가 다녀 간 것임에 분명하다고 여기고, ‘기억술사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며, 추격한다.

 

그런 가운데, 조금씩 기억술사에게 접근해 가지만, 자신과 함께 기억술사에 대해 접근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기억(료이치와 함께 기억술사를 추적하던 기억)을 잊어버렸을 알게 된다. 누군가 료이치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정리하며, 료이치가 기억술사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과연 기억술사의 존재는 누구일까?

 

뭔가 자신이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가 자신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존재가 자신 주변인들의 기억을 지워나가며 옥죄어오는 느낌에서 공포소설의 느낌이 없지 않다. 내가 알지 못할 누군가가 내 주변의 기억을 왜곡시켜나간다면, 이는 분명 공포감에 짓눌릴 상황이다. 소설은 이런 공포감이 잔잔하게 흐른다.

 

하지만, 이런 공포의 요소보다는 기억술사라는 판타지적 존재. 그리고 기억술사와 얽힌 다양한 등장인물들 간에 보여주는 사랑이 소설 속엔 가득하다.

 

소설은 기억술사라는 존재가 우선 매력적이다. 이런 존재가 있다면, 그래서 그런 존재의 힘을 빌려 견디기 힘든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린 과연 그 힘을 빌리게 될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아울러 그렇게 하는 것을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 절대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각자의 선택에 따를 뿐이다. 그리고 각자의 상황은 서로 다르니 판단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향한 기억이란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존재이기도 하다는 점. 그러니 아무리 견디기 힘든 기억이라 하더라도 지워버리기보다는 안고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여전히 그 기억이 어떤 종류의 것이냐에 따라 또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소설 기억술사1: 기억을 지우는 사람은 기억을 지워주는 존재라는 매력적 능력자, 기억술사의 존재로 사랑과 호러를 함께 풀어나가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2, 3권 역시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억술사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함에 나름의 윤리관을 가지고 있음이 소설을 따스하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공포의 요소를 약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악한 기억술사라는 존재가 여기에 추가가 된다면, 공포적 요소가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튼 기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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