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동네 묘지 투어 소녀 ㅣ 튼튼한 나무 21
내털리 로이드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도서출판 씨드북에서 출간되고 있는 초등 고학년 문고 <튼튼한 나무> 21번째 책은 내털리 로이드의 『우리 동네 묘지 투어 소녀』제목의 성장소설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지가 등장하니 어째 분위기가 으스스 합니다. 실제 소설 속엔 귀신이란 존재들이 등장합니다(귀신이 한 번도 눈앞에 직접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귀신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느낌을 주곤 한다.). 그러니 분위기가 조금은 으스스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으스스함은 소설 곳곳에서 마치 마법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면들과 따스한 감정들로 인해 봄눈 녹듯 사라집니다. 오히려 소설을 읽는 내내 따스함이 가득한 그런 소설입니다.
주인공 엠마 네 집은 수백 년 된 공동묘지 옆에 있습니다. 사실, 공동묘지가 엠마 네 집(카페이기도 하다. 카페 이름도 ‘본야드’다. 공동묘지 옆 카페답다.)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카페 곳곳에서는 귀신이 활동하고, 엠마는 공동묘지 투어를 이끄는 해설사랍니다. 물론, 무료 봉사활동이고요.
그런 엠마에게는 남들과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엠마 네 집 여자들의 ‘들꽃’운명입니다. 마치 들꽃과 같이 강인한 여성들인 그녀들은 대대로 ‘운명의 꿈’을 꿉니다.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게 될 것인가를 ‘운명의 꿈’을 통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꾸게 된 꿈의 내용, 그리고 그렇게 살아간 인생은 ‘운명 일기장’에 기록하게 됩니다. 대대로 내려오며 기록되는 ‘운명 일기장’. 과연 엠마가 꾸게 될 ‘운명의 꿈’은 어떤 내용이며, 언제나 손에서 떼지 않는 ‘운명 일기장’에 엠마가 기록하게 될 내용은 무엇일까요?
살짝 그 내용을 공개하면, 엠마 역시 드디어 꿈을 꾸게 되는데, 황금 열쇠를 꿈속에서 보게 됩니다. 마을에는 감춰진 보물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엠마의 운명이 바로 그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과연 엠마는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소설은 판타지적 요소와 추리소설의 기법이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먼저, ‘운명의 꿈’을 꾸는 것, 귀신의 존재, 말하는 까마귀(앵무새처럼 몇 문장을 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말하는 덩굴꽃’ 등의 요소들이 판타지적 느낌을 갖게 합니다. 특히, ‘말하는 덩굴꽃’이란 신비한 식물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꽃에 메시지를 담으면 꼭 들어야 할 사람에게 그 메시지가 들려지게 된다. 집시 장미 바람이 불 때면 누구나 그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비밀이 감춰져 있다. 엠마는 마침 불어오는 집시 장미 바람으로 인해 덩굴꽃 속에 담겨진 수많은 메시지, 오랜 세월의 소리를 듣게 된다. 심지어 이 꽃을 통해, 보물을 찾는 일에 단서를 얻기도 한다.).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 예쁘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보물을 찾는 일에 있어서는 추리적 기법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안내자’란 판타지적 존재에 의해 듣게 되는 노래 가사 내용을 통해 보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모습은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사실, 주인공 엠마가 처한 환경은 슬픔, 아픔, 경제적 위기 등 어두운 것뿐입니다. 아기 때 돌아가신 아빠, 그렇게 홀로 남매를 기른 엄마 역시 세상을 떠남으로 엠마는 언제나 ‘텅 빈 자리’의 상실감에 힘겨워 합니다. 엠마의 두 친구들 역시 그들만의 아픔이 있고요. 동네 역시 경제적 위기와 부동산 업자들의 개발 계획 앞에 공동체의 해체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이처럼 소설의 배경은 어둡고 아프고 우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만나게 되는 내용, 그 단어들은 전혀 다릅니다. 희망, 용기, 추억, 우정, 사랑, 그리고 보물. 그렇기에 소설은 따뜻합니다. 예쁩니다. 든든하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갖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힘겨운 삶의 무대에서 길어 올리는 진짜 보물들이 무엇인지 소설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아울러 이런 보물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만들어 가며, 만나게 될 내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