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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가족 ㅣ 읽기의 즐거움 26
김하늬 지음, 조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17년 4월
평점 :
김하늬 작가의 동화 『딴지가족』은 딴지걸기 최강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이름부터 장단지입니다. 친구들은 ‘딴지’라고 부르죠. 단지네 가족은 동네에서 ‘딴죽가족’이라 불립니다. 맨날 누군가에게 딴죽을 걸고 동네 시끄럽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 가족은 모두 사회 정의 구현이란 사명감으로 이 일(딴지 걸기)을 합니다. 세상은 넓고 바로잡을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생각하며 하루 일과 속에서 누군가 잘못하는 일을 바로잡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가족입니다. 저녁식사 시간엔 서로 활동 보고를 하고요.
어쩌면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멋진 가족이라 칭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된 모습을 그냥 모른 척 지나치지 않고, 바로 잡는 용기 있는 가족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모두가 누군가에게 딴지를 거는 것을 일생일대의 시대적 사명으로 알고 있다 보니, 이들의 인성이 망가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그런 일들이 아닌, 정말 아주 사소한 일들, 어쩌면 그저 모른 척 넘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들에도 목숨 걸고 딴지 거는 그런 괴물이 되어 버린 겁니다.
실제 동화 속에서 이들 가족은 괴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주변사람들을 괴롭게 할뿐더러, 본인들 역시 이무기처럼 몸에 비늘이 덮이기 시작합니다. 몸도 가렵게 되고요. 머리에선 연기가 폴폴 나기도 합니다. 아빠는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요. 모든 동료들이 아빠와 함께 일하기를 거리끼기 시작하거든요.
동화 『딴지가족』을 읽고 혹여 세상의 불의와 부정에도 우리가 모른 척 눈을 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실 그런 침묵과 외면이 불의와 부정을 더욱 키우게 되니 말입니다. 우린 마땅히 불의와 부정에 항거해야만 합니다. 세상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고, 세상의 밝은 면만을 보며 세상은 그런 곳이라 착각하는 것도 바른 모습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동화 『딴지가족』은 우리에게 딴지를 위한 딴지가 어떤 병폐를 낳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줍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결코 건설적인 딴지가 아님을, 지양해야 할 딴지임을 동화는 보여줍니다.
또한 잘못을 바로잡는다며, 일부러 잘못하길 기다리는 모습 역시 동화는 꼬집고 있습니다. 딴지가족들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을 일생일대의 사명으로 알면서도 정작 누군가의 잘못을 미리 막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기회가 있음에도 도리어 잘못하길 기다리며 증거자료를 남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딴지는 결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도리어 세상을 더욱 전투적이고, 각박하게 만들 뿐이지요.
동화 속 딴지가족들은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결국엔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진짜 딴지, 모두가 좋아지는 딴지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하죠. 때론 딴지보다는 넓은 마음, 아량을 품고 이해하고 용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우리 모두 진짜 딴지가족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동화는 보여줍니다. 진짜 딴지를 거는 예쁜 모습으로 세상이 더 아름다워 진다면 좋겠네요. 아울러 조금은 양보하고 용납하는 그런 모습도 있으면 좋겠고요. 『딴지가족』 재미난 동화일뿐더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는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