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 떨어진 곳 푸른 동시놀이터 4
정지용 지음, 전병호.신형건 엮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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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 하면 아무래도 <향수>가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정지용 시인의 시 덕분이라기보다는 대중가수와 성악가가 함께 불렀던 대중가요 <향수> 덕분일 겁니다. 온 국민이 한 번쯤 들어봤을 국민가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켰던 가요. 바로 그 가요의 원작시인이 바로 정지용입니다.

 

그런, 정지용 시인의 시들 가운데서 동시만을 선별하여 동시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푸른책들에서 나온 동시집 별 똥 떨어진 곳이 그것입니다. 정지용 문학관에도 여러 번 다녀왔고, 시인의 시집도 소장하고 읽어봤음에도 동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답니다. 아니, 시인의 동시를 접하면서도 동시라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고맙게도 푸른책들에서 정지용 시인의 동시집을 엮어 출간했습니다. 시인이 동시로 발표했던 시, 시인의 시집 속에서 동시로 구분할 수 있는 시, 그리고 시인의 대표작도 함께 실어줌으로 정지용 시인의 동시만을 따로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된 겁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동시집을 읽고 난 후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아이들에게 어쩌면 다가가기가 쉽지마는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며 노래함 역시 시대적 간극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가 시인의 시어가 예스럽다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린이들의 부모들에게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표현들이기에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고전은 고전만이 갖고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비록 표현이 낯설지만,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시인의 동시들을 읽고 감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동시 속에 녹아있는 정서는 오늘 우리 아이들이 쉽게 맛볼 수 없는 정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으론 동시임에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암울하게 느껴져서 의외였습니다. 동시란 한 마디로 어른이 동심으로 돌아가 쓴 시입니다. 여기 어린이의 서툰 표현이 아닌, 시인의 소양과 수준을 갖춘 어른의 작품이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동심역시 대단히 소중한 부분입니다. 어린이의 마음, 특히 맑고 순수한 그 마음을 시적 감각을 가지고 표현한 것이 동시입니다. 그런데, 정지용 시인의 동시들은 대부분 암울했습니다. 슬프고, 어두운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기에 의외였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집 뒤편에 실린 <정지용 시인과 동시 이야기> 전병호, 한국문학사의 선구적인 동시, 정지용 동시란 글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됩니다. 이는 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때, 해소됩니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상태 속에서의 동심이기에 맑고 순수하고 마냥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아프고, 어둡고, 슬펐던 겁니다. 시인은 이런 아픔 위에 당시대 어린이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붙잡아야 할 것들을 노래하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그 안에 민족의식 고취와 저항정신이 담겨 있기에 지금 시대적 상황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졌던 겁니다.

 

이런 배경지식을 알게 되니,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동시, 요즘 정서와 조금은 거리감이 있는 동시이지만, 오히려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런 간극을 좁혀가며 반드시 읽고, 읽혀져야만 하는 동시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한 동시집을 출간한 푸른책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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