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즈

고스트라이터즈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 있듯이 유명작가와 무명작가 사이에 ‘유령작가’가 있다.”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고스트라이터즈』는 바로 이러한 ‘유령작가’들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김시영은 문학상 수상을 통해 멋지게(?) 등단했지만, 후속 작품을 창작하지 못하고, 몇 년째 대필작가, 유령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남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고, 심지어 잘 나가는 웹소설 작가의 소설을 대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몇 푼 원고료를 받으며, 온갖 아니꼬운 행태를 참아내며 말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물 간 여배우가 글을 써줄 것을 제안해 온다. 그녀의 자서전인데, 과거의 일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멋지게 써달라는 것. 그렇게 하면, 그녀의 인생이 시영이 쓴 내용 그대로 이루어진단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원고료에 눈이 멀어 그 일을 시작했고, 실제 자신이 쓴 그대로 여배우의 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고스트라이터즈’가 있음을 알게 된다. 타인의 삶을 미리 글로 써서 그대로 이루어내는 ‘고스트라이터즈’.

하지만, 이런 시영의 능력(?)을 알게 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 강태한에게 납치되면서, 시영은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없고 태한이 시키는 대로만 감금된 상태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처치로 전락하게 된다. 과연 시영은 태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이 능력으로 어떤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소설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유령작가’들의 애잔한 삶이 있음을 먼저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자기 마음대로 글을 쓸 수도 없고,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쓸 수도 없는 ‘유령작가’들의 애잔한 삶. 하지만, 그런 그들이 쓴 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정이 통쾌하다. 그런데, 통쾌하기만 할까? 아니다.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유령작가’는 ‘고스트라이터즈’가 되어도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일 뿐 똑같은 ‘유령작가’에 불과하다. 자신의 삶도, 자신의 글도, 자신의 의지도 없는 하류 인생.

이런 하류 인생의 눈물과 절규가 있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이들을 응원하게 하고, 이들의 반란에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소설은 재미나다. 등장인물들은 그저 글이나 쓰는 작가들이다. 다시 말해 정적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은 대단히 동적이다. 마치 느와르 풍 스릴러 소설의 느낌이다. 몰입도 역시 강하다. 역시 이렇게 재미난 소설이 좋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가운데는 글쓰기에 연관된 사람들이 많다. 인기작가, 무명작가, 유령작가, 편집자, 만화가 등. 이런 창작에 관련된 등장인물들이 많기에 이들의 대화 가운데는 글쓰기에 대한 팁들도 상당수 녹아들어 있다. 이런 내용들을 만나는 것 역시 소설이 주는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