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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도둑과 수상한 캠프 ㅣ 튼튼한 나무 20
리사 그래프 지음, 강나은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리사 그래프의 『재능도둑과 수상한 캠프』는 작가의 『재능도둑과 이상한 손님들』의 후속작이다. 몇몇 인물들이 공통되게 등장한다는 계속성이 있고(하지만, 전편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이번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또한 재능에 대한 판타지적 소재가 연속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건의 전개, 이야기 자체는 독자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재능도둑과 이상한 손님들』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 할지라도 이 책 『재능도둑과 수상한 캠프』를 읽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재능도둑과 이상한 손님들』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전편과 연결되는 내용들을 찾는 재미는 있겠지만.
먼저, 이 책의 독특한 소재를 언급해 본다. 소설 속 세상이 우리 세상과 다른 점은 하나다. 소설 속 세상은 모든 이들이 재능 하나씩을 갖고 태어난다는 점이다. 이 재능은 남들에 비해 뭔가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갖는 것을 말한다. 즉, 초능력 하나씩을 갖고 태어난다. 이렇게 재능 가운데서도 특별한 상위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싱귤러라고 부른다. 싱귤러들이 갖는 재능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든다면, 염력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재능 피나클. 무엇이든 찾아내는 재능 퀘스트. 시야에서 물건을 없어지게 만드는 재능 오블리에이터. 다른 사람의 재능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게로 옮길 수 있는 재능 콕스. 타인의 재능을 복제하여 1년 동안 쓸 수 있는 지능 미믹.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재능 스캐너. 이 외에도 다양한 재능, 초능력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처럼 재능을 가진 아이들과 달리 재능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을 페어라고 부르는데, 페어는 때론 가문의 수치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당사자들에게 재능 없음은 견딜 수 없는 열등감을 낳기도 한다. 이처럼 소설 속에서는 재능이 있는 아이들과 또 한 편의 재능이 없는 아이들이 가질 열등감, 슬픔, 그 갈등구조를 기본적으로 품고 있다.
이야기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 싱귤러 아이들을 위한 캠프에서 벌어진다. 이곳 캠프 감독에겐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아이들의 재능을 복제하여 파는 일을 하는 재능도둑이라는 것. 그런 비밀을 품고 있는 캠프에서 아이들이 만나게 되는 건 뭘까?
이곳 캠프에 도착한 아이들 역시 나름대로의 비밀을 품고 있다. 어떤 아이(레니)는 세상에는 가장 뛰어난 싱귤러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페어다. 아무런 능력이 없다. 아니 뭔가를 잘 훔치는 기술은 있다(이건 재능이라기보다 기술이다.). 반면, 이 아이의 형(마일스)은 대외적으로는 가문의 수치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이 아이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 그건 바로 리콜렉터(리콜렉터는 누군가의 기억을 빼서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심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야기 속에서 이 재능은 큰 역할을 한다. 이 능력이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의 기억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을뿐더러 이 능력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또 한 아이(릴리)는 염력을 갖고 있는 아이다. 하지만, 그 염력을 사용하여 동생 맥스와 함께 훈련을 하다 동생을 다치게 만들었다. 다행스럽게(?) 동생은 그 일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지만, 또 다른 동생 한나로 인해 동생의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한나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을 만드는 재능이 있다.). 릴리는 이 캠프에서 한나를 막아야 하며, 동생 맥스의 기억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일을 꾸며야만 한다.
또 한 아이는 쌍둥이 자매가 같은 능력을 사용하는 경우다. 그 능력은 개구리를 찾고 알아맞히는 능력. 연못에 어떤 종류의 개구리가 몇 마리가 있는지를 느낀다. 심지어 개구리와 대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능력을 쌍둥이 자매가 함께 사용한다. 그리고 쌍둥이 자매 가운데 척은 이게 너무 싫다. 개구리 재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알고 보니 척에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둘이 함께 같은 재능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척이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척의 재능을 콕스라고 하는데, 엄청난 능력이다. 척은 이 능력으로 다른 이들의 재능을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이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도, 사물에게도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척은 그 사실을 모르고 개구리 자매라 불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재능 개구리 재능을 부끄러워한다. 이런 열등감은 또 엄청난 일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세 아이들의 비밀과 고민, 여기에 캠프 감독인 조의 비밀이 얽혀서 결국 캠프에 참가했던 모든 아이들의 재능이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과연 이렇게 뒤죽박죽이 된 재능은 어떤 결말을 낳게 될까?
개인적으로 이번 이야기가 전편인 『재능도둑과 이상한 손님들』보다 더 재미있었다. 물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계속 교차적으로 등장하느라 처음엔 조금 정신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능력들이 등장하고. 또한 재능이 없어 고민하는 아이들과 재능이 있는 아이들 간의 갈등. 여기에 여러 모양으로 생겨난 비밀과 탐욕 등이 어우러져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는 것이 어쩌면 이 소설의 재미다.
이런 스토리의 재미도 있는 반면, 이야기가 전하는 주제는 명확하다. 그건 바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죄의 필요성이다. 모든 이야기의 갈등 이면에는 상대를 향한 실수, 잘못, 그로 인해 깨어지는 관계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깨진 관계가 계속되거나 심화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핑계를 대거나 또 다른 노력을 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 상대의 기억을 왜곡시키려 하거나, 기억을 감추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는 이런 문장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이때 .... 는 사과를 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면 되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억을 왜곡시켜 얻게 되는 평화는 참 평화가 아니다. 그렇게 얻어진 화해는 진짜가 아니다. 진짜 화해, 회복은 잘못한 이가 자신의 잘못을 진심과 솔직한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 그런 사과를 통과한 용서를 통해 화해와 회복으로 나아가게 된다.
지금 이때가 바로 화해로 나아갈 순간이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 우리에게도 진정한 사과,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