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황금버스를 타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2
손현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손현주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 황금버스를 타다는 상처와 결핍으로 가득한 열다섯 살 인생을 그려내고 있다. 무엇이 그리 상처와 결핍으로 가득한 걸까? 주인공 이주노는 아빠를 잃은 상처로 인해 힘겨워 한다. 아니, 아빠를 잃은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도리어 덧나는 모습이야말로 더 큰 상처인 것 같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가 변했기 때문이다. 매사에 무기력한 엄마, 담배만 피워대는 엄마는 상실의 아픔을 채우기 위해 언젠가부터 유기견을 데려오기 시작한다. 결핍만이 가득한 살림살이에 오로지 풍성한 것을 개들과 고양이들. 이로 인해 집안은 점점 더 어렵게 되고. 여기에 새들어 살던 연립주택은 재개발로 인해 철거된다. 그렇게 해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주노네 집은 마을 공터에 버려져있던 노란 버스에 둥지를 틀게 된다.

 

한참 민감할 청소년 시기에 버스에서 살게 된 주노.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공터 앞 은행 정수기를 애용하게 되는 주노. 혹여 아는 누군가 만날까, 누가 볼까 조마조마한 순간들을 보내야만 하는 주노. 그런 주노가 겪게 되는 청소년시기가 먹먹함을 자아낸다.

 

주노의 열다섯 살 시기는 때론 위태로우면서도 때론 파릇파릇함을 느끼게 한다. 때론 달달한 사랑과 마음 따스해지는 우정이 펼쳐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안타까움이 더 크지만. 주노를 따라가다 보면 때론 웃음 짓기도 하며, 때론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때론 그 결핍의 크기에 가슴 먹먹해지기도 한다.

 

소설은 주노의 결핍을 더욱 두드러지게 설정하고 있다. 주노가 다니는 학교는 가고 싶다고 함부로 갈 수도 없는 최상의 학군. 온통 부유하고, 공부 잘하고, 모든 것을 갖춘 녀석들만 다니는 그곳에 어쩌다보니 들어가게 된 주노. 과연 실제 상황이라면 그런 곳에 주노를 두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학대가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상황이다. 음악실기평가시간이면 온갖 악기를 들고 실기를 치르는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서 리코더 달랑 들고 맞서야만 하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도 노숙자와 다름없는 주노가 힘겨워하면서도 기죽지 않음이 위태로우면서도 멋지다.

 

아울러 주노를 괴롭히는 가해자 효재란 녀석 앞에 있으면 한 대 꽉 박아주고 싶을 만큼 못되고 얄밉지만, 역시 들여다보면, 그 아이에게도 상처가 있음을 보게 된다. 자녀를 자신의 성취도구나 아바타 정도로 착각하는 부모로 인해 갖게 된 상처. 물론, 그 상처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폭력을 행사하고, 상처를 주는 것에 정당화될 순 없다. 하지만, 가해자 역시 부모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고 비뚤어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그러니 효재 역시 다 가진 환경처럼 보이지만, 결핍에 몸부림치는 청소년에 불과하다. 부모의 진실한 사랑의 결핍 말이다.

 

이처럼 소설은 우리 청소년들이 겪고 있을 상처와 상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먹먹함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품게 만드는 소설. 이 땅의 청소년들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상처가 치유 받게 되길 소망한다. 뿐 아니라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의 상처와 결핍을 지워주지 않길 소망하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본다.

 

날이 점점 어두워갔다. 내일은 잿빛 하늘을 뚫고 푸른 하늘을 볼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언제나 상황이 변화무쌍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내 삶도 달라질 것이다. 오늘밤이 지나가고 공터의 낡은 버스가 황금버스로 변하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황금버스를 탈 수 있는 열다섯 살이다. 개똥같은 내 인생이라고 해가 뜨지 말라는 법은 없다.(233)

 

물론 여전히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며, 여전히 똥차 속에서 신음할 수 있다. 여전히 개똥같은 인생 안에서 허덕일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언젠가는 그들의 똥차가 황금버스로 변하게 될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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