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양 다이어리 2
정수현.김영은 지음 / 곁(beside)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단권으로 끝나는 책이 아닌 경우, 1권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다음 책 역시 어지간하면 보게 된다. 특히, 다음 스토리가 궁금한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겠다. 조선판 퓨전 사극 로맨스 소설인 『한양 다이어리』가 그렇다. 1권이 흥미진진 재미있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끝나버릴 것만 같던 스토리가 1권 말미 새로운 정국으로 시작될 분위기를 풍겼기에 그 궁금증에 2권을 사 보게 된다.
흥선대원군에게 쫓겨 목숨을 건 도주를 했던 청담과 지로, 죽은 줄 알았던 그들이 돌아왔다. 숨겨진 검계 한상진, 금발과 파란 눈의 신비로운 청년 장한평과 함께. 지로의 한쪽 눈은 이젠 사라져 버렸지만, 대신 청담의 절대적 신뢰를 안고 돌아온 지로와 청담. 이들은 한양 한 복판에 새로운 판을 벌인다.
그 새로운 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가비인을 연 것. 조선시대에 들어온 외국 문물 커피. 그 커피를 파는 조선시대 판 카페, 가비인을 열어 조선시대 한양에 신문물의 장을 연다. 물론, 가비인에서는 꽃미남 종업원들을 고용하여 한양 여인들의 가슴을 불을 지피기도 하고. 실제 커피 애호가였다는 고종황제, 소설 속의 이태원 역시 가비인의 단골이 된다.
이렇게 가비인을 연 것이 첫 번째 판이라면, 두 번째 판은 부루마블이란 놀이를 시작한다. 한양을 온통 들었다 놨다 하게 되는 이 놀이에는 한양 곳곳에서 펼쳐지게 되는데, 흥선대원군의 세력 뿐 아니라 황궁 세력까지 비밀리에 함께 함으로 권력의 향방에 영향을 줄 승부를 벌인다. 소설 『한양 다이어리』 2권에서는 이 부루마블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작위적이고 황당한 설정 같아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2권에서는 청담과 지로 간의 사랑에 많은 관심이 가게 된다. 물론, 조선의 왕인 이태원과 청담 간의 사랑이 여전히 청담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 둘은 함께 하룻밤의 만리장성을 쌓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2권에서는 청담과 지로 간에 펼쳐지는 사랑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애절하면서도 한결같은 영원한 지로의 사랑이 멋져 보이기도 하고.
여기에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지로를 향한 한강진의 우정을 넘어선 사랑이다. 브로맨스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젠 유행처럼 되어 버려 왠지 식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건 왜일까? 설령 식상할지라도 을지로를 향한 진의 사랑 역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조선 시대를 바라보는 고루한 시각이 아닌, 그리고 신분제도라는 견고한 벽을 뛰어넘어 당시 한양 청춘들이 꿈꾸는 뭔가를 그려냈다는 『한양 다이어리』. 하지만, 청춘들이 꿈꾸던 그 뭔가가 ‘신분제도라는 견고한 벽을 뛰어넘는’다고 말하기엔 다소 부풀려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지로가 태원을 향해, “전하가 꿈꾸던 조선에서 하루라도 살고 싶었습니다.”라 말하는 대사 역시 멋져 보이지만, 실상 소설 속 태원이 꿈꾸던 조선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음 역시 아쉽다.
『한양 다이어리』의 최강 악당은 바로 흥선대원군이다. 어쩐지 대원군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에서 최강악역을 맡아야 하니 말이다. 대원군이 꿈꾸던 조선이 무엇이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되는 나, 이상한 건가?
개인적으로는 1권이 2권보다 낫다는 느낌이다(아마도 이는 부루마블이 펼쳐지는 장면들에 대한 개인적인 거부감 탓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2권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재미나다. 가볍게 읽기에 안성맞춤인 ‘조선판 퓨전 사극 로맨스’이니 재미나게 읽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