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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썸머 베케이션 ㅣ 살림 YA 시리즈
이희영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3월
평점 :
학창시절 가장 기다려지던 시간은 뭐니 뭐니 해도 방학이다. 물론, 요즘 학생들이야 방학이라 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청소년소설인 『썸머썸머 베케이션』은 고교시절 여름방학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열여덟 살 소년의 여름방학이 어떨지 설레는 마음으로 소설을 펼쳐 든다.
어쩌면 소설 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는 풍경일 수도 있는데, 열여덟 살 소년의 여름방학이 학교에서 보내는 모습이 아니어서 우선 반갑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방학의 느근함이란 찾을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주인공 묭실이(엄마가 미용실을 하기 때문에 생긴 별명) 하준이의 오지랖 역시 고맙다. 하준은 오지랖이 넓다. 이로 인해 괜한 오해를 사서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도 되지만, 자신만 아는 것이 지혜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오지랖 넓은 청춘을 만난다는 것이 반갑고도 고맙다.
이 시대의 오지라퍼 묭실이의 여름 방학은 바쁘기만 하다. 곤경에 처한 학교 퀸카 예빈에게 도움을 주고, 이로 인해 생각지도 않게 예빈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하준이. 하지만, 하준은 그 아이에게 특별한 마음이 없다. 하지만, 계속하여 예빈을 도와줌으로 더욱 하준을 향한 예빈의 마음은 더욱 깊어짐으로 하준은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상처받지 않도록 예빈의 마음을 돌려놔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또한 중학생 시절 처음 본 후 마음에 품고 있던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왕따 사건에 휘말려 어촌 마을로 전학을 오게 된 서연이. 오지라퍼 묭실은 자신의 마음을 휘어잡은 평범한 소녀 서연과 달달한 연애도 해야 하고. 서연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도 해야 한다.
여기에 냉혈한이자 수재인 형과의 문제도 하준을 바쁘게 한다. 여기에 돌아가신 아빠의 당부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 그리고 마을에 불어 닥친 개발붐으로 인해 곤경에 처한 이웃들. 오지라퍼 하준의 여름방학은 뜨겁기만 하다.
소설은 재미나게 진행되어질뿐더러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무엇보다 오지라퍼 하준의 존재가 그렇다. 하준에게는 여러 가지 상처가 있다. 게다가 이 상처는 아버지의 쓸데없는 오지랖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그 오지랖이야말로 하준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내가 손해를 볼지언정, 누군가의 곤란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는 오지랖. 이런 오지랖이 소설을 따뜻하게 만들어갈뿐더러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 더 나아가 이런 오지랖이야말로 하준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론, 모두가 아버지의 억울한 상황을 외면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배신을 경험하였음에도, 그 가운데서도 누군가는 또 다른 오지랖을 보이며, 진실 편에 서게 되고, 손해를 감수한다. 소설은 바로 이러한 오지랖이 모여 세상을 맛깔나게 함을 보여준다.
요즘 청년들은 타인의 자신을 향한 오지랖에 대해 거부감이 대단하다. 심지어 오지랖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한 예능프로에서 하는 것을 봤다. 물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 쓸데없는 간섭과 상관함이 안 그래도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청년들에게 더 큰 짐이 되고, 아픔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진심어린 오지랖, 사랑에 기반하는 오지랖은 누군가를 힘겹게 하는 것이 아닌 그 짐을 함께 나누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우리에게 이러한 긍정적 오지랖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오지랖이 가득한 소설이기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소설 속에서만이 아니라, 오늘 이 땅에도 이런 오지랖이 회복되어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