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왕팔뚝 아저씨
이승환 글.그림 / 그림북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 동네에는 왕 팔뚝 아저씨가 살고 계신데요. 아이들 놀이터의 그넷줄이 끊어졌을 때도 왕 팔뚝 아저씨가 고쳐줬어요.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친구가 있을 때도 왕 팔뚝 아저씨는 무거운 짐을 번쩍번쩍 들어 도와줬고요. 동네 개가 아이들에게 짓을 때에도 왕 팔뚝 아저씨가 개를 달래줍니다. 갑자기 비가 와 어쩔 줄 모를 때에도 왕 팔뚝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주고요. 눈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죠. 친구들과 함께 놀다 동이란 아이가 다쳤을 때에도 왕 팔뚝 아저씨가 나타나 동이 무릎에 약을 발라줬답니다.

  

  

이런 왕 팔뚝 아저씨가 동네에 있다면 그 동네는 참 행복하겠어요. 그런데, 왕 팔뚝 아저씨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부러 왕 팔뚝 아저씨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드러난 힌트가 있어요. 턱선이나 수염의 모양 등을 보면, 이들 왕 팔뚝 아저씨가모두 다른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왕 팔뚝 아저씨는 바로 아이들의 아빠랍니다. 모든 아이들의 모든 아빠. 여기에 이 그림책의 멋진 힘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아빠는 마치 슈퍼 히어로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뭐든 잘하고, 힘도 센 왕 팔뚝 아저씨말입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단지 그것만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왕 팔뚝 아저씨의 도움은 자신의 아이를 향해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은 바로 이걸 말하고 있어요.

 

자신의 아이에게만 어른의 힘을 발휘한다면 진정한 슈퍼 히어로, ‘왕 팔뚝 아저씨가 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도 동일한 손길을 펼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림책 속의 아빠들은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에게도 똑같이 도움을 주고, 보살피고, 아껴주고 있답니다. 동이가 넘어져 무릎이 다쳤을 때, 약을 발라주는 아빠는 뒤에서 보면 동이의 아빠가 아닌 다른 아빠입니다. 비가 와서 우산을 씌워줄 때도 자신의 아이에게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함께 씌워주죠. 여기에 진짜 왕 팔뚝 아저씨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모든 어른들이 내 아이에게 하듯 다른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내 아이를 사랑하듯 다른 집 아이도 사랑하고 돌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달라질 겁니다.

  

  

어쩌면, 내 자식에게만 쏟는 사랑은 왜곡되게 마련 아닐까요? 많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상실감, 박탈감에 힘들게 했던 현 시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딸만 사랑하고, 자신의 조카만 사랑한 거죠. 그래서 비싼 말도 막 빼앗아주고요. 이런 왜곡된 사랑은 오히려 세상을 어둡게 합니다.

 

그러니, ‘왕 팔뚝 아저씨는 내 자식이 아닌, 모두에게 자신의 왕 팔뚝을 내어놓을 때, 진정한 슈퍼 히어로가 되는 것이겠죠. 이런 왕 팔뚝 아저씨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모습이겠죠.

 

우리 동네 왕 팔뚝 아저씨, 오랜만에 만난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