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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 ㅣ 마음 잇는 아이 1
유영소 지음, 이현정 그림 / 마음이음 / 2017년 2월
평점 :
유영소 작가의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옛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낡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말입니다. 우린 자칫 ‘옛 이야기’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거나, 따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어쩌면 오랜 세월 동안 세대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생명’이 그 안에 담겨 있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가 그래요. 작가는 <옹고집전>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 다시 이야기하고 있어요. 물론, 몇몇 장면을 빼고, 원 이야기에 없는 옹진이란 아이를 옹고집의 막내아들로 집어넣었어요.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읽고 듣기에 거북함이 없는 언어로 풀어놓았고요. 단지 그것뿐(?)이지만, 이야기는 너무나도 재미나고 흥미진진해요. 게다가 원래 이야기가 품고 있는 교훈도 고스란히 담고 있고요.
못된 옹고집을 혼내주기 위해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게 되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가짜가 더 옳아요. 그러니 가짜이지만 더 진짜인 셈이죠. 실제 가짜가 진짜 되어 살게 되고요. 진짜는 가짜로 판명되어 쫓겨나고요.
여기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요. 옳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진짜’라 할지라도 가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도를 걷고, 바르게 행동하고, 주변의 아픔과 눈물을 공감하며 보듬어 안으려는 넓은 가슴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라는 것을 말입니다. 설령,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어떤지를 돌아보게 되요. 가짜 옹고집, 지푸라기로 만든 옹고집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진 않은가 하는 것을 말이에요.
그럼, ‘가짜’가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고, ‘진짜’가 ‘가짜’로 내몰리는 것은 어떤가요? 그것은 옳은 가요? 동화는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해요. 진짜 같은 ‘가짜’의 모습을 보며, ‘진짜’는 자신 안에서 버려야 할 ‘가짜’를 모두 버려요. 그리곤 비로소 ‘진짜’의 내용을 갖춘 ‘진짜’가 되죠. 이런 변화에 동화의 힘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설령 이전의 나는 부족한 모습으로 살아왔고, 누군가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한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갔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내 안의 버려야 할 ‘가짜’들을 모두 버리고, ‘진짜’가 되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글이 갖는 ‘진짜’ 힘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우린 많은 글들을 읽고,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살지만, 여전히 ‘진짜’로서의 삶은 보이지 않는 ‘가짜’로 살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게 되네요.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를 읽으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