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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5 - 분노의 심판 ㅣ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5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7년 3월
평점 :
주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에린 헌터(3명의 작가 팀)의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시리즈 5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 제목은 「분노의 심판」이다.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시리즈는 ‘큰 으르렁거림’이 온 도시를 휩쓸고 지나간 후 변해버린 생존환경 속에서 개들이 겪게 되는 이야기다. ‘큰 으르렁거림’에서 살아남은 자들(사실은 개들)의 생존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1-2권은 주로 ‘긴 발(사람)’에 길러졌던 ‘줄에 묶인 개’들이 야생의 상태에서 살아가며 겪게 되는 혼란과 적응하는 과정을 풀어내고 있다면, 3-5권에서는 주로 조직 안에서 겪게 되는 갈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조직 밖에서 가해지는 위협도 끊임없이 존재한다. 여우들의 습격, ‘사나운 개들’, ‘두려움의 개들’의 위협이 4권까지 있어왔던 위협들이다. 이 가운데, ‘사나운 개들’의 위협은 여전히 5권에서도 계속된다.
럭키가 속한 조직 내의 서열 3위였던 피어리가 ‘긴 발’에게 붙잡혀 가게 됨으로 럭키는 피어리를 구하기 위한 ‘피어리 원정대’를 구성하여 ‘긴 발’이 있는 곳으로 향하여 구출작전에 성공하지만, 결국 피어리를 구하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4권의 내용). 이렇게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자신들이 속한 ‘야생의 무리’와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 ‘피어리 원정대’의 모험으로 5권은 시작된다.
또한 이전에도 그랬지만, 5권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또 하나의 갈등은 ‘야생의 무리’ 우두머리인 알파의 리더십에 대한 럭키의 회의다. 아울러 럭키가 돌보고 있는 ‘사나운 개’ 스톰(릭)이 문득 문득 드러내는 난폭함은 소설의 이야기를 더욱 긴장감으로 몰아넣으며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5권에서는 ‘사나운 개들’의 위협, 알파의 리더십에 대한 럭키의 의심, 스톰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믿음 등이 이야기를 이루고 있는 주요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알파의 리더십을 보며, 럭키가 하게 되는 질문들은 독자로 하여금 같은 고민과 질문을 하게 한다. ‘야생의 무리’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럭키를 계속 괴롭히는 질문은 과연 우두머리는 어떠해야 하는 가 이다. 이런 질문은 알파의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계속된다. 우두머리로서 무리에 속한 구성원들의 안위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돌아갈 특권만 챙기는 모습. 불행에 처한 구성원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가식된 모습을 보이는 알파. 위기 상황 속에서 대처 능력이 부재한 우두머리의 모습. 이런 모습은 럭키의 고민만이 아니라, 어쩌면 오늘 우리들의 고민이기도 하겠다.
알파의 부재로 인해 주인공 럭키는 무리들에 의해 우두머리로 추대되지만, 이 자리를 사양한다. 우두머리가 꼭 필요한가, 반드시 서열이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 서로가 함께 상의하며 가장 합당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럭키는 한다. 물론, 럭키의 이런 생각, 그 실행은 실패로 돌아가지만, 럭키의 이런 질문들은 소설을 읽으며, 단지 재미난 판타지 소설 줄거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럭키의 질문을 우리의 질문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힘이 아닐까 싶다.
특히, 지도자로 인해 온 국민이 힘겨워 했고, 여전히 힘겨워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기에 소설 속에서 럭키가 하는 고민들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여전히 소설은 ‘개들의 대결전’을 암시한다. 과연 ‘개들의 대결전’은 무엇일지. 그 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함을 품고, 다음 책을 기다려본다.